재택근무를 시작한 KT 직원이 집에서 아이를 돌보며 화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해 업무를 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워터쿨러(watercooler) 효과라는 말이 있다. 사무실 한쪽이나 복도에 음료수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사람들이 이 장소에서 편안하게 대화를 할 수 있게 돼 사내 의사소통이 활발해진다는 이론이다. 우리로 치면 커피 자판기나 정수기 주변, 담배를 피우는 뒷골목에서 나누는 잡담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워터쿨러 효과가 주목받자 미국의 주요 IT 기업들은 건물을 지을 때부터 다양한 부서 직원이 자연스럽게 만나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배치했다.

□ 재택근무 시행 선두주자로 꼽히는 IBM이 도입 24년 만인 2017년 5월 재택근무를 전격 폐지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비슷한 이유로 2012년 재택근무를 폐지한 야후의 최고경영자 머리사 메이어는 사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이메일을 돌렸다. “최고의 의사결정이나 혁신은 때로 회사 복도나 식당에서 나올 수도 있다. 이것이 우리가 모두 사무실에 나와서 일을 해야 하는 이유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이 공짜 간식과 다양한 메뉴의 식당, 휴게시설 등을 제공해 직원들이 최대한 사무실에 오래 머무르면서 소통하도록 한 것도 워터쿨러 효과를 노린 것이다.

□ 재택근무 폐지 흐름에 극적 반전을 가져온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사태다. 감염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요구되면서 상당수 기업이 앞다퉈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차제에 스마트워크 시대를 앞당겨야 한다는 얘기가 힘을 얻는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코로나 사태가 끝나더라도 약 25%의 인력은 회사로 돌아오지 않고 재택근무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벌써 재택근무가 시행된 지 한 달 가까이 되어 간다. 출퇴근 시간 절약과 미래 근무 환경에 대한 사전 대응이라는 측면에선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반면 가정에선 업무 집중력이 떨어지고 직원 간 의사소통이 바로 이뤄지지 않아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효율의 문제를 떠나 누군가와 서로 얼굴을 보며 잡담을 나누던 시간이 그립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런 잡담이 때론 동료나 상사에 대한 소문의 진원지가 될 때도 있지만, 대화를 주고받다 보면 어렵던 문제가 풀리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곤 했기 때문일 게다. 어쩌면 그런 대화를 나누며 쌓아왔던 연대감의 결핍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인간의 근원적 의사소통 욕구는 스마트워크 시대도 대신할 수 없는 것 같다.

김영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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