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코로나19 여파로 무기한 연기된 프로축구 K리그 개막과 운영 방식을 협의하기 위해 K리그1 대표자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FC바르셀로나는 최근 일종의 긴급재난대책을 내놨다. 리오넬 메시(33)를 포함한 1군 선수단 급여를 70% 삭감하는 대신 모든 직원의 급여는 100%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리그가 중단되면서 구단 살림이 확 쪼그라들자 생계에 타격을 입는 이들을 먼저 챙기겠다는 취지다.

선수들에겐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가장 큰 금액의 급여를 떼이게 된 메시부터 이 사실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하며 “나머지 직원들이 급여를 모두 받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나 프로농구(NBA) 선수들도 리그 중단에 따라 수당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위한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국내 스포츠계 사정은 다르다. 프로축구 K리그는 물론 프로야구 KBO리그에서 선수와 구단들의 코로나19 기부 소식은 들려오지만, 정작 리그 운영으로 먹고 살던 이들을 향한 도움의 손길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 사이 음지에서 K리그를 지탱하던 이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업계를 떠나고 있다. 스포츠마케팅 관련업체의 경우 숙박ㆍ교통 등 여행업 종사자들에 비해 정부 융자지원을 받기도 무척 까다로워 날로 고충이 심해지고 있다. 경기장 장내아나운서 등 개인사업자나 아르바이트 형태로 경기 때마다 관중 입장을 돕던 스태프들은 어디 하소연 할 곳 조차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개막을 맞는다면, 자연히 팬 서비스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질 게 불 보듯 뻔하다.

구단이나 선수들도 저마다의 사정은 있다. 당장 스폰서 수익 감소가 뚜렷한데다, 연간회원권 환불 요청도 많아 누굴 도울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는 게 K리그 구단들 하소연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안타깝지만 지금으로선 각자 버텨나가야 하는 시기”라며 한숨 쉰다. 선수들 역시 유럽 5대리그 선수들과 연봉 차이가 워낙 커 개별적인 기부에 나서기엔 부담이 따른단다.

이를 두고 협력업체나 일용직 근로자들은 “구단들이 우리를 구성원으로 보지 않는 게 근본적 문제”라며 아쉬움을 전한다. 시즌 단위로, 혹은 경기 때마다 구단이 필요할 때 계약을 맺는 관계이기에 식구로 여기지 않는다는 얘기다. 필요할 땐 ‘협력사’라며 노력을 요하고, 어려울 땐 ‘외부업체’라며 도움에 인색한 구단의 태도는, 이들에게 금전적 고충만큼이나 절망스럽다.

‘십시일반’의 힘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유럽의 구단과 선수들이 그저 돈이 넘쳐 나누진 않았을 것이다. 무엇을 위한 배려인지 함께 돌아볼 때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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