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5000명 투표권 행사 못하게 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1일부터 시작된 4ㆍ15 총선 재외선거를 덮쳤다. 코로나19 여파로 선거가 가능한 재외선거인수는 물론 투표를 할 수 있는 투표소도 당초 계획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51개국 86개 공관의 투표소 110곳에서 선거사무가 중지됐다. 전체 재외선거인 17만1,959명의 49.9%에 달하는 8만5,000여명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재외선거를 진행하는 투표소 중 투표 기간을 단축하지 않은 곳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원래는 투표소 205곳에서 1~6일 투표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코로나19 확산 여부에 따라 재외선거 기간 중에도 선거사무가 중단되는 곳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재외선거 진행이 어려워진 가장 큰 이유는 주재국의 이동제한명령 등으로 재외국민의 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재외선거사무가 중지된 국가 중 영국은 2인 이상, 캐나다는 5인 이상의 모임을 금지한다는 강경책을 내린 상태다. 특히 현지 한국인의 재외선거가 이동 제한의 예외에 해당하는 필수 상황인지 문의했던 공관 중 대다수가 주재국 정부로부터 “그렇지 않다”는 답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자국 투표도 연기하는 상황이다. 프랑스는 지방선거 결선 투표를 무기한 미뤘고, 영국은 다음달 7일 실시하기로 했던 지방선거를 1년 연기했다. 러시아에서는 22일로 예정돼 있던 개헌 국민투표가 미뤄졌다. 이런 상황인 만큼 현지 거주 한국인들의 투표를 예외로 해주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선관위는 재외선거가 진행되는 곳에 대해서는 외교부, 재외공관, 항공업체와 협조해 투표함을 한국으로 가져오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6일까지 투표를 마친 뒤 최종적으로 회송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현지 공관 개표도 염두에 두고 있다. 공직선거법은 ‘천재지변 또는 전쟁ㆍ폭동, 그 밖에 부득이한 사유로 재외투표가 선거일 오후 6시까지 관할 구ㆍ시ㆍ군선거관리위원회에 도착할 수 없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해당 재외선거관리위원회에서 개표하게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현지 개표가 가능한 공관은 30곳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 인원이 적은 공관에서는 비밀투표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외교관은 “일부 공관에선 지역구별로 인원이 분산돼 누가 어디에 표를 줬는지를 파악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선거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더라도 선관위가 더 적극적으로 참정권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했다는 지적도 지속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독일 교민들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을 통해 헌법재판소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일부 재외선거사무 중지에 대한 헌법소원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계획이다. 재외국민의 참정권도 보장돼야 하는데 선관위가 더 적극적으로 참정권 보호에 나서지 않았다는 지적도 현지에서는 나오고 있다. 재외국민유권자연대는 성명에서 “우편ㆍ인터넷 투표 제도를 진작에 도입했다면 코로나19로 투표를 못 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하며 선거법 개정도 요구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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