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중국 우한에서 2차로 입국한 교민들이 격리기간을 종료한 지난 2월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을 출발하자 지역단체주민들이 눈발 속에 나와 환송을 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오대근 기자

대한민국이 코로나19 사태의 한복판을 통과하고 있다. 의료진의 희생과 방역당국의 적극적인 대응, 빛나는 시민의식 덕에 가까스로 큰 불길은 잡은 듯하다.

끝을 논하기 이르지만 코로나19가 물러나고 나면 많은 것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국민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변화를 체감했다. 34만 인구가 사는 기초자치단체의 장으로 필자가 요즘 절실히 느끼는 것은 ‘지방자치 하길 참 잘했다’는 것이다. 예기치 못한 감염병 확산이라는 위기상황에 많은 이들이 자신은 대한민국 국민이자 동시에 어느 시의 시민 혹은 군민, 도민임을 피부로 느꼈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우리 사회 ‘약한 고리’들이 위태롭다. 벼랑 끝의 영세 자영업자,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삶이 흔들린다. 이 숨통을 틀 재난기본소득 논의는 지방정부가 시작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이 국가에 제안해 뜨거운 관심을 받았는데, 이를 먼저 과감하게 시행한 것은 기초자치단체인 전북 전주시와 경기 화성시였다.

두 시가 물꼬를 트자 이내 거스를 수 없는 물길이 만들어졌다. 머뭇거리던 광역자치단체들이 대열에 합류했고, 결국 중앙정부 차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이끌어냈다.

삶을 바꾸는 새로운 흐름은 이렇듯 작은 단위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지자체의 대응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감탄한 것도 여러 번이다. 세계 표준이 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는 경기 고양시에서 출발했다. 폭증하는 검사 수요를 감당하느라 아우성치던 현장에서 찾아낸 지방정부의 대안이 전세계로 퍼져나간 것이다.

개학 연기로 지역 농가가 어려워지자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감자 대박’을 터뜨렸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농산물 꾸러미 수천 상자를 팔아 치웠다. 하나 밝히고 넘어가면 아이들 급식용 친환경 농산물을 꾸러미로 판매한 것은 우리 아산이 최초다. 지방정부는 이렇게 선의의 경쟁과 벤치마킹을 통해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삶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들고 있다. 시민 삶에 가장 가까운 정부이자 답이 있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국내 첫 확진자 발생 후 두 달여 아산시는 코로나19 사태의 한복판에 있었다. 우한 교민 임시생활시설 입지로 결정된 뒤 일부가 반발했지만, 시민들은 SNS에서 “우리가 아산이다”를 외쳤다. 감염병 위협의 본거지를 힘겹게 탈출한 교민들에게 편히 쉬다 가시라는 인사는 큰 울림을 줬다. 힘들 때 서로를 보듬어 안자는 아산시민들의 구호는 이후 “우리가 대구ㆍ경북이다”, “힘내라 대한민국”으로 이어졌다.

코로나19가 할퀸 상처는 깊을 것이다. 하지만 시민 삶의 가까이엔 그 상처를 메울 방법을 궁리하는 지방정부가 있다. 또한 어려운 이웃에게 마음을 건네는 시민들이 있다. 우리는 지방정부가, 이웃시민들이 내 삶을 지켜주는 귀한 경험을 하고 있다. 이 사태가 끝나고 나면 더 많은 이들이 “지방자치하길 참 잘 했다”는 이야기를 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건강한 지방자치, 자치분권에 대한 논의로도 이어지길 기대한다.

오세현 아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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