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언론사에 지출한 홍보비 세부 내역과 해당 언론사명에 대한 정보공개 여부를 놓고 또다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시가 공개대상 정보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무시한 채 법적 효력도 없는 자체 자문기구인 정보공개심의회의 의결을 내세워 공개를 거부하면서다.
시는 2018년 7월부터 지난해까지 집행된 언론사 홍보비(46억7,185만8,000원) 세부 지출 내역을 공개해달라는 정보공개를 청구했다가 부분공개 결정을 받고 이의신청을 낸 A씨에게 최근 부분인용 결정을 통보했다. 시는 이에 따라 지난달 28일 A씨에게 부분공개 결정을 통지할 당시 비공개했던 정보 중 언론사명만 추가 공개했다. A씨가 당초 요구했던 언론사별 세부 예산 집행 내역을 쏙 빼고 홍보비를 지출한 언론사 명단만 내놓은 것이다. 시는 이번에도 “제3자(언론사)의 영업비밀에 해당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댔다. 언론사별 홍보비 집행 내역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7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비공개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홍보비가 집행된 언론사명은 공개 대상 정보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법제처와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의 법적 판단과 정면 배치된다. 법제처는 유권해석을 통해 “이미 집행된 언론매체사별 광고계약단가는 경영ㆍ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못을 박았다. 이어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이 독자 권익보호와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보장하기 위해 광고수입공개 등의 규정을 둬 영업결과에 관한 자료는 영업상 비밀로 취급하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미 집행된 언론매체사별 (광고)계약단가는 정보공개법에서 규정한 비공개대상정보에 해당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시는 “언론사명까지만 공개하라는 정보공개심의회의 의결에 따라 언론사별 홍보비 세부 집행 내역은 공개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보 공개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 시가 설치한 자문기구인 정부공개심의회의 의결이 상급기관인 법제처의 유권해석보다 우선한다는 얘기다. 시가 법제처의 법적 판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개할 수 없다며 ‘배째라’를 외치는 모양새다.
하지만 정보공개심의회는 스스로 의사를 결정하고 이를 대외에 알리는 기관이 아닌데다, 그 의결 내용도 법률상 효과는 없다. 시가 기속력도 없는 정보공개심의회 심의결과를 앞세워 국민의 알 권리와 정보공개제도를 무력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시는 청구된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려고 ‘꼼수’를 쓰기도 했다. 시가 언론사 홍보비 집행 내역을 비공개 대상이라고 판단한 이상 정보공개법(제11조)에 따라 언론사에게 정보공개청구 사실을 알리거나 공개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물을 필요가 없는데도 이 절차를 밟았다. 그 결과 상당수 언론사들이 공개 반대 의견을 냈고, 시는 이를 비공개 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 시가 비공개 대상이 아닌 걸 알면서도 비공개 명분을 만들기 위해 관련법까지 교묘히 이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쯤 되자, 시민단체인 참여자치21이 “도대체 뭘 숨기려는 것이냐”며 시에 홍보비 집행 내역 정보를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시가 최근 2년간 집행한 언론사 홍보비와 옥외 전광판 광고 현황에 대한 세부 내역 공개를 청구한 것이다. 그러나 시는 정보공개 여부 결정기간(20일)이 지났는데도 아직 결과 통지도 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시가 언론 홍보예산을 사적 용도로 쓰는 것 아니냐는 의혹만 커지고 있다. 이미 시청 안팎에선 “시가 시정에 우호적인 보도를 하는 언론사들에게 홍보비를 밀어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뒷말도 들린다. 참여자치21 관계자는 “법 집행기관인 광주시가 멋대로 법령을 해석해 정보공개청구제도를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건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시는 불신과 의혹의 대상이 된 홍보비 지출 세부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데 성실히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