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태국이 대형 산불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에 행정력을 총동원한 태국 정부 입장에선 이번 산불은 말 그대로 불 난 집에 부채질하는 형국이다.
31일 방콕포스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23일 태국 북부지역에서 시작된 산불은 28일을 전후해 대규모로 확산됐으며 특히 대기오염이 치명적인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이 지역 대표 도시인 치앙마이의 경우 400여 곳에서 미세먼지 공기 질이 ‘매우 나쁨’에 해당되는 170μg/m³ 이상이었으며 일부 지역은 289μg/m³까지 치솟았다. 먼지 오염지수 역시 기준치의 20배를 넘어 일부 노약자와 영유아는 눈에 염증이 생기고 호흡기 계통 질환까지 앓고 있다. 이번 산불은 치앙마이 뿐 아니라 북부 17개 지역 총 3,809곳의 대기 질도 악화시켰다.
태국 정부는 3,000명 이상의 공무원을 동원해 산불을 진화하고 있지만 아직 불길을 잡지 못한 상태다. 태국 환경부 관계자는 “북부 산불은 일부 지역민들이 화전(火田)과 수렵을 위해 고의로 동시다발적으로 불을 지르면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정부가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산불 진화에 이미 수천 명을 투입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태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도 숨가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날 현재 자국 내 감염자는 1,651명으로 매일 1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이에 태국 정부는 전날 검사키트를 추가로 확보하면서 5,000억바트에 달하는 3차 긴급 부양책을 내놓는 등 사태 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나머지 동남아 국가들 역시 코로나19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07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캄보디아는 전날 쌀 수출을 금지한 뒤 비상사태 발표를 위한 마지막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수도 마닐라가 위치한 루손섬 봉쇄를 이어가고 있는 필리핀에선 1,546명이 이미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각각 14명과 8명의 확진자를 확인한 미얀마와 라오스도 국경봉쇄 조치 등을 강화하면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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