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2주 연기로 “재수생보다 불리할 것” 불안감
수시에 결정적인 1학기 중간ㆍ기말고사 일정 불투명
교육부가 31일 수능 2주 연기를 포함한 대입 일정을 확정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속됐던 올해 입시에 대한 불확실성은 다소 줄게 됐다. 그러나 대입을 치러야 할 고3 수험생들은 여전히 혼란에 빠져있다. 1학기 성적이 결정적인 수시의 경우 중간ㆍ기말고사 시기와 방법을 정하지 못하는 ‘깜깜이 입시’를 대비해야 하는 신세다. 준비 부족으로 수능 중심의 정시에서도 졸업생에 크게 뒤질 것이라는 불안에 떨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기존보다 2주 연기해 12월 3일 시행하고, 수시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마감일을 (16일 늦춘) 9월 16일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차후 신종 코로나 사태가 안정세에 접어들어 ‘등교 개학’을 하게 되더라도 △10일 이상 수업일 감축 △1학기 중간ㆍ기말고사 순연 △여름방학 기간 단축 등으로 학생의 학습 부담이 가중되고 대입 준비 기간이 부족해진 것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1993년(1994학년도) 수능 도입 이래 12월에 수능을 치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육부는 온라인 개학으로 2020학년도 학사 일정이 개시되면, 대입 일정도 이에 맞춰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3의 경우 9일 온라인 개학을 해도 예년에 비해 13일이라는 수업 결손이 발생하지만, 이는 수시와 정시모집 일정을 모두 2주가량 미루는 것으로 해결된다는 게 교육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교사, 학부모 등 일선에서는 입시 혼란을 토로하고 있다. 가장 큰 걱정은 평가 방법과 시기가 깜깜이라는 점이다. 실제 현 대입 선발 인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시(77%ㆍ2021학년도 대입전형시행계획 기준)의 핵심 지표 중 하나인 1학기 중간ㆍ기말고사 일정이 불투명하다. 경기 지역 고교 A(49) 교사는 “1학기 평가를 어떻게 할지 정해진 게 전혀 없다”며 “오프라인 개학이 늦어지면, 물리적으로 기말고사 밖에 치를 수 없어 대책을 고민하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평가 방법을 새로 추가할 경우 형평성과 적절성 논란도 제기될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온라인 수업도 법정 수업일수와 수업시수로 인정하겠다면서도 평가는 공정성 논란을 의식해 등교 개학, 즉 ‘출석 수업’이 재개된 이후에 시행하라는 원칙만 밝힌 상태다. 박소영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대표는 “교육부가 입시를 앞둔 고3만이라도 무엇을 어떻게 평가할지 정확한 지침을 빨리 제시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올해 고3은 학생부의 비교과 영역 기록이 전반적으로 위축돼, 그만큼 수시에서 내신 변별력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 소장은 “수 차례의 개학 연기에 따른 수업일수 감소와 온라인 개학의 영향으로 학교에서 활동 중심의 수업과 과정 중심 평가가 어려워졌다”며 “자연스럽게 예년에 비해 내신 성적의 위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능 중심의 정시에서도 고3 재학생이 졸업생보다 크게 불리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학습 결손이 6주 이상 발생한데다 입시전략도 수립하지 못한 고3 재학생들의 경우 수능을 준비할 시간이 졸업생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대학과의 협의를 거쳐 최종 ‘대입전형일정 변경안’을 4월 중 확정,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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