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결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폭발적인 확산 우려에 빗장을 걸어 잠갔다. 한국ㆍ중국ㆍ미국ㆍ유럽 등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49개국에 대해 자국민의 여행 자제를 권고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실제로는 도쿄올림픽 연기 이후 감염자 폭증 조짐을 보이는 국내 상황을 의식한 조치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장관은 31일 기자회견에서 한ㆍ중ㆍ미 전역을 포함한 49개국에 대한 감염증 위험정보를 자국민에게 여행 금지를 권고하는 레벨3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로써 레벨3 대상은 전 세계 196개국의 40%에 해당하는 73개국으로 늘었다. 레벨3에 속하지 않은 나머지 국가들에 대해서도 불필요하거나 급하지 않은 여행 중지를 권고하는 레벨2로 격상했다.
일본 정부는 레벨3에 해당하는 73개국을 대상으로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외국인의 입국을 거부한다는 방침이다. 모테기 장관은 “향후 법무성ㆍ후생노동성을 포함한 관계부처 간 조정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코로나19 대책본부 논의 등을 거쳐 입국 거부 지역을 추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만간 이들 국가를 대상으로 입국 거부 방침이 공식 발표되면 해당 국가에서 지난 2주간 체류한 적이 있는 외국인들의 입국이 전면 거부된다. 다만 해당 국가에서 입국하는 일본인은 공항에서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는다.
지금까지 한국은 대구와 경북 청도 등 상대적으로 감염이 심각한 지역에서만 일본 입국이 금지됐지만 이번 조치로 입국 금지 대상이 전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후베이ㆍ저장성에 한정됐던 중국도 마찬가지다. 현재 2주간 자택ㆍ호텔 대기와 90일 무비자 입국 중지 등의 제한에 이어 전면적인 입국 거부가 시행되면 비즈니스 관계자와 유학생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16만여명의 감염자가 발생한 미국과 함께 영국을 비롯한 유럽 주요국 등으로부터의 차단된다.
현 시점에서 감염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일본이 지구촌 40%를 대상으로 문을 걸어 잠그는 건 드러나지 않은 감염자들이 순식간에 폭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방증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최근 “향후 2주간 30배 이상 (감염자 수가) 늘어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날 도쿄에선 78명의 감염이 확인되면서 하루 확진자 수 최고치(68명)를 갈아치웠고 7명이 사망하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인터넷에선 ‘4월 1일 긴급사태 선언’설이 돌면서 아베 총리 측이 이를 부인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외교부는 일본 정부의 방침에 대해 “관련 동향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도 4월 1일부터 해외 입국자 방역 관리 강화를 위해 모든 해외 입국자를 대상으로 14일간 자가 또는 시설격리를 의무화하는 조치를 시행키로 한 만큼 일본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필요시 추가 대책을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 정부가 29일 감염증 위험정보를 격상한다는 내용을 사전 통보해왔고 당시에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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