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 짐꾼, 미화원 등 코로나 위험 그대로 노출 
 비공식 노동자 많은 중남미, 인도 등 큰 피해 우려 
의료용 마스크를 쓴 한 시민이 29일 멕시코 멕시코시티 시내의 한 노점상에서 식재료를 사고 있다. 멕시코시티=AP 연합뉴스

“우리에게는 아픈 것도 사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각국 빈곤층의 삶을 더욱 옥죄고 있다. 특히 법 테두리 밖에서 노점이나 일용직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비공식’ 부문 노동자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는 곧 배고픔으로 직결된다. 결국 먹고 살기 위해 일터를 떠나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30일(현지시간) “노동권 사각지대에 있는 비공식 노동자들이 경제적ㆍ보건적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동제한령 등 방역조치가 발동된 이후에도 생계를 위해 거리로 나와 타인과 접촉할 수밖에 없어서다. 지난달 17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부유층 가사도우미로 일하던 한 여성이 집주인으로부터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했고, 페루에선 비공식 노동자 2만1,000명이 휴업령을 위반해 무더기 체포됐다.

비공식 노동자 비율이 높은 중남미에서도 특히 멕시코의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당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비공식 경제부문의 멕시코 국내총생산(GDP) 점유율은 22.5%에 달했고, 경제활동인구 10명 중 6명꼴로 이 부문에 종사하고 있다. 바이러스 확산세도 가파르다. 이날까지 멕시코 내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는 각각 1,094명, 28명으로 집계돼 중남미 30여개국 가운데 4번째로 많다. 정부는 확진자가 1,000명대를 넘어선 이날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높은 비공식 노동자 비율을 의식한 듯 극단적 봉쇄나 휴업 강제 카드를 꺼내 들지는 못했다.

그 대신 중남미 정부들은 비공식 노동자들에 대한 구제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멕시코는 공식ㆍ비공식 부문을 가리지 않고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대출을 확대하기로 했고,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는 비공식 노동자들에게 1인당 40~50달러(약 5~6만원)씩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경우 빈곤층이 생활을 유지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산티아고 레비 선임연구원은 “사업자 등록이나 사회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비공식 노동자를 선별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남미 밖에선 인도의 최빈층이 국가봉쇄령에 따른 생계 위협을 호소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인도 노동자의 90%가 비공식 부문에 고용돼 미화원이나 인력거꾼, 노점상, 폐기물 수집, 가사도우미 등의 일을 하고 있다. 인도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25일부터 봉쇄 조치를 내렸지만 일용직 근로자들은 처벌을 무릅쓰고 매일 생계전선에 나선다고 NYT는 전했다. 거리에서 과일 노점상을 하는 18세 소년은 “코로나19가 무섭지만 장사를 그만두면 여섯 식구가 모두 굶어 죽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 국가의 의료ㆍ보건 시스템이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한참 열악하다는 점이다. 방역에 구멍이 뚫리면 순식간에 붕괴될 수 있다. 더욱이 법외 빈곤층은 부족한 혜택조차도 받기 어려운 처지다. 범미주보건기구(PAHO)는 “라틴아메리카 대륙 인구의 30%가 가난과 시스템 사각지대 문제로 의료 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다”고 추정했다. AP통신은 전문가들을 인용, “코로나19가 부자와 가난한 이들에게 평등하지 않게 닥쳤다”면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매일 일터에 가야 하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사는 많은 극빈층이 목숨을 잃게 될 것”이라고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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