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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삼킨 2월 생산·소비·투자… “3~4월이 더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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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삼킨 2월 생산·소비·투자… “3~4월이 더 두렵다”

입력
2020.04.01 01: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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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서울시내 한 건물에 걸린 임대 안내문. 연합뉴스
31일 오전 서울시내 한 건물에 걸린 임대 안내문. 연합뉴스

지난 2월 국내 산업생산 및 소비 지표가 ‘구제역 파동’ 이후 9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충격이 실물 지표로 확인된 것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한 3월에는 악영향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2월 전(全)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3.5% 감소했다. 구제역이 국내 대부분 지역에 확산돼 경제가 얼어붙었던 2011년 2월(-3.7%) 이후 9년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특히 광공업생산은 3.8% 줄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2월(-10.5%) 이후 11년 2개월 만에 가장 크게 떨어졌다. 코로나19로 와이어링 하니스(배선뭉치) 수급에 애로가 생기면서 자동차 생산이 27.8%나 급감한 영향이 컸다.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 대비 3.5% 줄어 2000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특히 대면 서비스에 해당하는 예술ㆍ스포츠ㆍ여가(-27.2%), 숙박업(-32.6%), 음식점 및 주점업(-15.9%) 등에선 한 달 사이 10% 넘게 생산이 줄어들었다. 운수ㆍ창고업 역시 9.1% 감소했는데, 항공운송업(-33.1%), 철도운송업(-34.8%) 등에서 여객 수요 급감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 역시 6.0% 감소, 9년만에 가장 크게 줄었다. 승용차 등 내구재(-7.5%), 화장품 등 비내구재(-0.6%)에서 모두 줄었는데, 의복 등 준내구재(-17.7%)에서 가장 감소폭이 컸다. 특히 신발ㆍ가방(-32.2%), 의복(-22.3%) 등에 대한 소비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자동차 판매는 3월부터 시작된 개별소비세 인하의 영향까지 더해져 22.3%나 줄었다.

[저작권 한국일보] 2월 생산 및 소비 감소율. 그래픽=김문중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2월 생산 및 소비 감소율. 그래픽=김문중 기자

여기에 투자까지 얼어붙으면서 생산ㆍ소비ㆍ투자가 동시에 줄어드는 ‘트리플 추락’이 발생했다. 2월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4.8%, 이미 이뤄진 공사실적을 나타내는 건설기성은 3.4% 감소했다.

다만 일부 산업 및 품목에선 코로나19로 생산이나 소비가 증가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먼저 외식을 자제하고 집에서 식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음식료품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5.4% 증가했다. 소매업태별로는 백화점(-22.8%), 면세점(-34.3%) 판매가 급감하는 사이 무점포소매 판매가 8.4% 증가했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8포인트를 기록, 한 달 사이 0.7포인트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월(-0.7포인트) 이후 11년 1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보합을 기록했지만, 코로나19 사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이미 발표된 3월 경제심리지수는 굉장히 많이 떨어졌는데, 이번 지표에 반영된 (2월) 경제심리지수는 그 정도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은행의 경제심리지수(ESI) 지표는 2월 8.5포인트 하락한 반면, 3월에는 23.5포인트나 떨어졌다.

특히 유럽과 미국까지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3월 이후에는 실물경제지표가 더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안 심의관은 “2월 지표는 주로 중국과 한국만 코로나19 영향을 받을 때 작성돼 3월부터 전세계에 확산된 영향이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글로벌 수요 위축, 공급망 교란 등으로 3월 이후 불확실성도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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