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희끗희끗한 곱슬머리로 친근감
황교안, 깍지 낀 두 손에 온화한 미소
제21대 국회의원 선출을 위한 공식 선거운동이 2일 시작된다. 이 기간 후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유권자에게 ‘한 표’를 호소하게 되는데, 그 중 후보의 존재감을 알리는 가장 고전적인 수단이 바로 선거벽보다.
선거벽보에는 출마 후보의 기호와 이름, 사진, 공약 등이 담긴다. 중앙선관위는 선거벽보의 크기를 가로 38cm 세로 53cm로 정하고 있는데, 선관위에 제출하는 벽보의 부수는 지역구의 유권자 수에 따라 달라진다.
과거 선거 때마다 후보들은 유권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캐치프레이즈부터 후보자의 표정, 포즈 등에 기발한 아이디어를 적용하곤 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겹친 이번 선거에선 너도나도 ‘조심’ 모드다.
이 같은 분위기는 ‘종로 빅매치’로 불리는 이낙연, 황교안 후보의 선거벽보에서도 물씬 풍긴다. 두 후보 진영이 1일 선관위에 제출할 선거벽보를 미리 살펴보았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선거벽보에선 특유의 곱슬머리에 흰 머리를 그대로 드러낸 사진이 인상적이다. 온화한 눈빛과 밝은 웃음, 상반신을 살짝 비낀 고전적인 포즈로 유권자와 눈을 맞추고 있다. 시각적 효과라고는 넥타이와 배경 색을 민주당 상징색인 파란색으로 통일한 것이 전부다.
이 후보가 내세운 캐치프레이즈는 ‘국난극복 종로도약’이다. 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을 맡고 있는 만큼 코로나19 사태를 국난으로 표현하고 극복 의지를 나타냈다. 정당기호와 이름을 비롯해 크고 작은 글씨 모두를 힘있는 고딕체로 적용한 것도 이 같은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전라남도 영광 출생, 서울대법과대학 졸업, 육군병장 만기제대, 동아일보 기자, 4선 국회의원, 국무총리 순으로 굵직한 경력을 소개했지만 출마 지역인 종로에 관한 공약은 벽보에 담지 않았다.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의 사진에선 깍지 낀 두 손이 눈에 띈다. 황 후보는 평소 “부친이 씨름장사여서 그런지 골격과 손이 크고 굵다”고 말해 왔다. 입술을 벌리지 않은 엷은 미소는 선거용 표정의 전형이다. 이 후보와 마찬가지로 당 상징색인 핑크색을 넥타이와 배경 색깔로 선택했다. 스튜디오에서 촬영했으면서도 어깨선이나 머리결을 따라 나타나는 라인 라이트가 보이지 않는다.
황 후보는 ‘힘내라 종로 바꿔야 산다’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통합당이 21대 총선에서 대표 구호로 사용 중인 ‘힘내라 대한민국 바꿔야 산다’와 같은 맥락이다. 벽보 아래 부분에는 정당기호와 이름이 가장 큰 글씨로 적혔는데, 벽보에 담긴 정보 중 큰 글씨는 굵은 고딕체를, 작은 글씨는 일반 고딕체를 적용했다.
서울에서 실향민의 아들로 출생해 경기고(종로 화동)와 성균관대 법학과(종로 명륜동), 前법무부장관, 前국무총리 등의 경력을 기재하면서 고교와 대학교의 위치를 괄호 속에 적어 넣었다. 이를 통해‘종로와의 인연’을 강조한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인연은 감추려는 듯 ‘대통령 권한대행’ 경력을 기재하지 않았다.
이 후보와 달리 신분당선, 강북횡단선의 조기추진과 초교신설, 대신중.고 존치 등 지역 관련 공약을 벽보에 빼곡히 담았다.
오대근 기자 inlin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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