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속 유가 폭락… 과잉공급ㆍ수요감소 등 구조적 문제 분출
SK에너지 울산공장. SK에너지 제공

국제유가가 연일 곤두박질치면서 국내 정유업계도 ‘사면초가’의 위기에 내몰렸다. 원유 과잉 공급과 석유제품 수요 감소, 글로벌 정유업계와의 치열한 경쟁 구도 등 지난 몇 년간 내재돼 있던 구조적 문제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복합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3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은 글로벌 수요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공장 가동률을 낮추고 있다. SK에너지는 이달 들어 정제공장 가동률을 85% 수준으로 낮췄으며 다음달 추가 감축도 검토하고 있다. 정기보수 등 공정관리가 없는 상황에서 이 회사가 가동률을 15% 이상 줄인 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현대오일뱅크도 가동률을 90% 수준으로 조정했고, GS칼텍스는 핵심 정유 공정인 원유증류장치(CDU) 정기보수를 예정보다 앞당겨 이달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생산 감축이라는 고육지책마저 큰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업계의 유일한 대응책이 가동률을 줄이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라며 “탈출구가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정유업계는 최근의 실적 악화가 단기적 대응이 어려운 구조적 원인에서 비롯했다고 지적한다. 먼저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 본격화에 따른 고질적 공급 과잉으로, 이는 이번 유가 하락의 직접적 원인이기도 하다. 또 하나는 미중 무역분쟁과 코로나19 등 연이은 악재로 ‘세계 공장’ 중국의 소비 수요가 급감한 점이다. 여기에 전기ㆍ수소차의 보급 확대 등 에너지 패러다임도 급변하고 있다.

국내 업계는 경쟁 심화라는 이중고까지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가가 제일 싼 미국 정유사, 원유에 이어 석유제품 수출에 나선 아랍 정유사, 든든한 수요를 등에 업고 정부의 지원을 받는 중국 정유사들과 경쟁하려니 국내 업체는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에너지 안보와 국내 산업 기여도를 감안할 때 국내 정유산업이 몰락하면 그 파장은 재앙 수준일 것”이라며 “세제 개편과 규제 완화 등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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