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본사 모습.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은 이날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투를 압수수색했다. 뉴스1

신한금융투자가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 부실을 은폐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계열사인 신한은행도 라임이 환매 중단을 선언하기 직전까지 또 다른 무역금융펀드 상품을 팔아온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아래 같은 계열사로서 펀드 부실을 모를 리 없다는 점에서, 신한은행이 라임의 부실펀드 돌려막기를 도운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의 크레딧 인슈어드(CI) 펀드 상품을 신한은행 창구에서 구입했다가 손해를 본 피해자 14명은 24일 서울남부지검에 라임, 신한금투, 신한은행을 특정경제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고소인들은 “세 회사는 라임 상황이 현저히 나빠지고 있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고객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고 2019년 4월부터 8월까지 2,700억원 상당의 CI펀드를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CI펀드는 싱가포르 무역금융업체 로디움의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저작권 한국일보] 신한금융투자 및 신한은행의 라임 펀드 투자. 그래픽=박구원기자

피해자들은 2019년 4월 신한은행이 CI펀드를 판매할 당시 이미 신한금융그룹 내에서 라임의 무역금융펀드 운용에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보고, 사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라임은 2017년 5월부터 신한금투를 통해 해외 무역금융펀드에 투자하는 모(母)펀드(플루토 TF-1호) 상품을 판매했는데, 신한금투 측은 2018년 11월 펀드 부실을 인지했다. 임모 전 신한금투 PBS본부장은 이 과정에서 해외 무역금융펀드에 직접 투자하는 상품인 것처럼 펀드 가입자들을 속여 48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최근 검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라임의 부실 운용이 사실상 드러난 상황인데도 신한은행은 5개월 뒤 다시 라임과 손잡고 무역금융에 투자하는 펀드를 출시한 셈이다.

신한은행이 판매한 CI펀드 자금이 신한금투가 판매한 무역금융 모펀드의 부실을 메꾸는, 이른바 ‘돌려 막기’에 활용된 정황도 피해자들은 문제 삼고 있다. 금감원 검사 결과, CI펀드 판매금 2,700억원 중 약 1,880억원은 싱가포르의 무역금융업체인 로디움에 흘러 들어갔다. 로디움은 라임 무역금융펀드 부실 사건이 터진 뒤 무역금융 모펀드에 수익증권을 넘기는 대가로 약속어음을 인수한 회사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신한은행이 무역금융 모펀드의 상당한 부실을 떠안은 로디움에 투자하는 상품을 기획해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라면서 “라임 펀드에 이상신호가 켜진 7, 8월에도 CI펀드 판매는 계속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은 운용사인 라임이 투자자는 물론 판매사에도 CI펀드의 투자처 변경 내역을 알리지 않아 되레 피해를 입었다는 입장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CI펀드는 100% 로디움의 매출채권에만 투자하는 안전한 상품인데,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한 뒤에야 라임이 임의로 돈을 빼돌려 무역금융 모펀드 등에 투자한 사실을 알았다”고 해명했다. 돌려 막기의 연결고리인 로디움이 라임ㆍ신한금투의 무역금융펀드와 관련된 회사라는 사실도 사전에 몰랐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라임 펀드 판매사인 신한금융투자 임모 전 본부장이 27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임 전 본부장은 고객들에게 해외무역금융펀드에 직접 투자하는 상품처럼 펀드를 속여 판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라임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은 은행ㆍ증권사 등 일부 판매사들이 라임의 사기 행각에 가담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득의 대표는 “신한은행은 라임의 부실 운용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지만 검찰 조사에서 신한금투 임 전 본부장의 가담행위가 드러났듯이 신한은행의 가담 여부도 명백히 규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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