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건당국이 뒤늦게 일반인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폭발적 감염 우려에 직면한 일본은 외부 활동이 왕성한 젊은이들을 단속하는 데 부심하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30일(현지시간) 익명을 요구한 연방 당국자를 인용해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일반 대중의 천 마스크 착용 등을 권하는 지침을 고민 중”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새 지침이 나오더라도 의료인들의 필요 물품이자 공급 부족을 겪고 있는 N95등급 보건용 마스크는 사용하지 말라는 점을 명확히 할 것이라고 WP는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일반 대중의 마스크 착용 논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최대 발병국’ 오명을 얻고 나서야 제한적이나마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는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코로나19 관련 각종 지침을 주도하는 CDC는 아직까지 코로나19 감염자와 감염자를 돌보는 이들 외에는 마스크를 쓰지 말라는 입장이다. WP는 “보건 전문가들은 마스크 공급 부족과 과도한 ‘마스크 의존증’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소홀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며칠 새 과학자 등 전문가 그룹에서 마스크 착용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가오푸(高福) 중국질병통제예방센터(CCDC) 주임은 최근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인터뷰에서 미국과 유럽 내 폭발적 확산의 배경 중 하나로 마스크 문제를 꼽았다. 그는 “코로나19의 과학적 감염 통로는 비말(침방울)”이라며 “무증상자도 많기 때문에 건강한 사람이라도 마스크를 써야 스스로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CDC의 마스크 착용 지침 변경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스콧 고틀리브 전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29일 CBS방송에서 “CDC는 개인이 면 마스크를 만드는 방법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서야 코로나19 확산 방지책을 고심하는 건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특히 최근 집단감염 사례가 빈발한 젊은층 관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실제 교토산업대에선 30일 기준 학생 16명의 감염이 확인됐다. 여기엔 지난 2~13일 졸업여행차 영국ㆍ프랑스ㆍ스페인 등을 거쳐 귀국한 4학년 남학생 3명이 포함됐다. 이 중 2명은 귀국 후에도 각각 세미나와 동아리 친목회 등에 참석한 후 발열 증상을 보였고, 이들과 모임을 함께 한 학생 중 각각 11명,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히로시마현립대학에서도 5~13일 유럽여행을 다녀온 여학생이 23일 졸업식에 참석한 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주 이후 감염자 폭증으로 비상이 걸린 도쿄도에서는 젊은이들에게 ‘야간 외출’ 자제를 재차 촉구했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지사는 전날 밤 긴급 기자회견에서 “젊은이들은 노래방과 라이브하우스(콘서트장) 출입을 삼가 달라”고 강조했다. 지난 주말은 외출 자제 요청으로 젊은이들로 붐비는 신주쿠와 시부야 등이 비교적 한산했으나 평일로 접어들면서 다시 야간 외출이 늘어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5일 회견에서도 “젊은이들이 코로나19 감염을 자각하지 못한 채로 활동할 수 있다”고 외출 자제를 거듭 호소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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