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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도는 북한땅” 정치 논쟁에 종지부 찍은 감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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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도는 북한땅” 정치 논쟁에 종지부 찍은 감사원

입력
2020.03.31 14:45
수정
2020.03.31 23:0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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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L 북쪽인데 남한주소 부여 행정착오… 주소 말소 추진”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9월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함박도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뉴스1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9월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함박도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뉴스1

서해 북방한계선(NLL) 북쪽에 있는데도 남한 행정주소가 부여돼 관할권 논란이 일었던 함박도는 북한 관할 도서라고 감사원이 확인했다. 남측 주소 부여와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은 6ㆍ25전쟁 이후 국방부와 내무부(현 행정안전부)가 협의 없이 각각 관리하면서 빚어진 일로 파악됐다.

감사원은 31일 공개한 ‘함박도 군사시설 보호구역 지정 등 관리 실태’ 감사 결과에서 이 같은 결론을 밝혔다.

함박도는 황해도와 경기도의 도계선 북쪽 약 1㎞ 지점에 위치한 섬이다. 북한이 설치한 시설물이 있는 북한 도서였다.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당시 북쪽에 관할권이 넘어갔으나 ‘인천광역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 산97’이라는 남쪽 행정주소가 부여된 사실이 최근 공개돼 관할권 논란이 불거졌다. 정부는 “함박도는 NLL에서 북쪽으로 약 700m에 위치해 있어 북한의 군사통제 지역”이라고 밝혔으나 야당을 중심으로 “남한땅이 북한 군사기지가 되는 것을 정부가 방관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후 국회의 요구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감사가 이뤄졌다.

감사 결과 함박도는 북한 군사통제지역으로 확인됐다. 53년 정전협정에 ‘황해도와 경기도의 도계선 북쪽과 서쪽에 있는 모든 섬 중에서 5개(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 도서군들을 제외한 기타 모든 섬들은 조선인민군과 중국인민지원군의 군사통제 하에 둔다’고 명시돼 있는데, 정전협정에 첨부된 지도에서 함박도는 황해도와 경기도의 도계선 북쪽에 위치했다. 국방부가 제시한 좌표(동경 126도 01분 41초, 북위 37도 40분 40초) 기준으로도 함박도는 서해 NLL 북쪽에 위치했다. 이 때문에 감사원은 “(함박도 군사통제 권한이 북쪽에 있다는) 정부의 주장과 배치되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함박도는 71년 수립된 육군본부의 ‘한국방어계획’이나 작전계획에도 포함되지 않은 상태였다. 북한 땅이라고 당시부터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953년 정전협정 당시 첨부된 함박도 관련 지도. 감사원 제공
1953년 정전협정 당시 첨부된 함박도 관련 지도. 감사원 제공

다만 함박도에 남쪽 행정주소가 부여되고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것은 행정 부처간 협의 없이 각각 다르게 관리하면서 빚어진 착오로 확인됐다. 강화군은 78년 12월 당시 내무부의 ‘미등록 도서 지적 등록 계획’에 따라 국토기본도(73년 발행)에 경기도 관할구역으로 표시된 함박도를 지적공부에 신규 등록했다. 국방부는 이를 토대로 함박도를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72년 12월 군사시설보호법 제정 이후 강화군의 전체 면적을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설정했는데, 앞서 78년 함박도가 강화군에 등록되며 자동 편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78년 이전 지도에서는 함박도의 관할 구역이 명확하게 표시돼 있지 않았다. 국토지리정보원이 보유중인 1953~78년 사이 지도 11개를 살펴보니 함박도 관할구역은 5개가 경기도, 1개가 황해도, 나머지 5개는 불분명했다. 국방부가 보유한 연도별 13개 지도 중 4개는 황해도와 경기도 도계선 이남, 8개는 도계선 또는 유엔관리선 이북에 표시했고 나머지 1개는 표시되지 않았다.

감사원은 “함박도와 관련된 지적공부 등록,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 기타 토지이용규제 등의 문제는 국방부와 구 내무부 등 행정부처 간에 협의 없이 각각 다르게 관리함에 따라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향후 국방부,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산림청 등으로 구성된 ‘함박도 관련 민관 합동검증팀’이 검증 결과에 따른 행정 조치를 마련할 예정일 만큼, 감사원은 이런 내용을 국회에 보고하기로 하고 감사를 종결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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