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덮친 영남대병원에서 30주 만에 출생…미군 이송전문팀과 수송기 출동
오산서 메릴랜드로 이송 성공
“처음엔 정기적으로 면회를 했는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대구를 덮치고 나선 신생아중환자실(NICU)이 봉쇄됐어요.”
신혼인 주한미군 소속 코디 맥폴(21) 상병과 샤이엔 에반스(20) 일병 부부는 아들 쌍둥이가 태어난 대구 영남대병원이 코로나19 때문에 봉쇄 조치돼 아찔했던 상황을 31일 미군 기관지 성조지에 이렇게 전했다. 코로나가 엄습한 대구 주한미군기지 캠프 워커에서 함께 근무하던 부부의 두 아들은 예정일보다 10주 이른 지난달 17일 태어났다. 몸무게는 각각 1.1㎏에도 못 미쳤다. 맥폴 상병은 “쌍둥이가 태어난 뒤 6주 동안 7번 밖에 애들을 못 봤고 심지어 안아줄 수도 없었다”라고 회상했다.
경기 오산시 캠프 험프리스에도 신생아 치료용 의료 시설과 인력이 있었지만, 신생아중환자실과 소아전문의는 없었다. 코로나19 때문에 한국 병원과의 조율도 쉽지 않았다. 결국 미군은 적절한 치료를 위해 쌍둥이의 미 본토 이송을 결정했다. 쌍둥이는 출생 직후 신생아중환자실에 있어 다행히 코로나19에 노출되지 않았고, 부모도 3주간 격리 후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
미 공군은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기지에서 미 해군병원 소속 이송전문팀을 오산으로 호출했고, 군 수송기(C-17)도 동원했다. 투입된 C-17에는 산소공급장치 등 부상 장병 호송용 집중치료시설이 갖춰져 있어 신생아 치료에도 문제가 없었다.
만반의 준비를 갖춘 C-17은 30일 쌍둥이 가족을 태우고 오산기지를 출발해 약 1만㎞를 날아갔고 아이들은 미국 메릴랜드주 월터 리드 국립군병원으로 무사히 이송됐다. 오산기지 측은 “C-17은 6,000마일(약 9,660㎞)을 비행하며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주한미군 자녀 치료를 위한 군 수송기 투입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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