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트럼프 지도력 한계 봉착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도 동반 악화
이제 일국 패권은 불가능한 시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진단키트를 상자에서 꺼내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코로나 확진자 수가 세계 최대에 이르렀다. 위기는 진면목을 드러내는 거울과 같다. 미국이 당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미국 내 논쟁이 뜨겁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 개인에 대한 비판이다. 애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근거 없는 낙관과 오판은 질병을 확산시키는데 공헌했다. 천문학적 예산 법안, 강력한 거리 두기를 제시했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전문가와 관료들의 조언에 귀 기울이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을 보면서 민주주의 약화, 심지어 권위주의적 전환기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다.

둘째, 미국의 건강보험제도이다. 오바마 케어를 놓고 국론분열을 경험했지만 병상은 부족하고 의료보험의 범위는 협소하다. 유색인종, 저소득층, 제도권 밖 불법이민자들에 대한 보건체제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미국 인구 3억2,720만명 중 건강보험 미가입자는 2,750만명으로 추산된다. 진찰비만 수십만 원을 내야 하는 미가입자들은 병원도 찾지 못한 채 죽음의 위협에 처할 수 있다.

셋째, 미국 국제정치 리더십의 실상이다. 미국은 자국민에게 위험이 닥칠 때까지 동맹국을 비롯한 타국의 고통에 대해 공공재를 제공하는 면모를 발휘하지 못했다. 중국과 유럽에 대한 자국민의 여행제한 권고 때에도 이들과 긴밀한 상의를 하지 않았다. G7 회의에서도 세계적 보건 문제 해결을 위한 실제적 대안을 내놓기보다 바이러스 이름 짓기로 중국을 비판하는데 분주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 온 국제질서는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 패권국가의 리더십은 국제정치에서 안정과 번영을 가능하게 한다. 패권국이 되려면 압도적 국력, 존경받는 리더십, 자국민의 지지가 필요하다. 미국은 전 세계에 국제적 공공재를 제공할 수 있는 강력한 국력을 소유해왔다. 중국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패권의 지위를 유지할 만큼 강하다. 문제는 리더십과 국민들의 지지이다. 리더십은 다른 국가들의 인정과 협력을 필요로 한다. 모범과 모델이 되는 체제를 유지하며 합의에 기반을 둔 다자주의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 트럼프주의는 미국 우선주의와 힘을 통한 평화다. 사실상 힘을 통한 미국 이익 우선주의이다. 세계 주요 30개국의 트럼프 외교 지지도가 40% 이하라는 여론조사도 발표된 바 있다.

미국민은 패권 전략에 대해 점차 회의적으로 되어 가고 있다. 작년 말 퓨리서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53%가 “세계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미국의 미래를 위해 최선”이라고 답한 반면, 46%는 “해외 문제에 관심을 줄이고 국내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현재 미국의 주축세력이 미국판 586이라면 앞으로는 밀레니얼 세대의 생각이 중요하다. 30세 미만 성인의 절반에 달하는 48%는 미국만큼 군사적으로 강한 나라가 출현해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답했다. 미국의 이익을 적극적 세계전략에서 찾으며 동맹을 중시하는 새로운 리더십이 나오기를 바라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2008년보다 심각한 경제위기가 올 것으로 보는 미국은 중국의 권위주의적 초기 대응 실패를 비판하면서 향후 무역 분쟁에서 중국을 더욱 압박할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리더십이 약화된 틈을 타 중국식 보건 모델의 우수성을 내세우며 의료장비 외교로 실추된 국내외 평판을 만회하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보여 주는 것은 누가 더 강한 패권국가가 될 것인지가 아니다. 미래의 국제정치는 미중이 온전히 힘을 합치더라도 해결이 난망한 엄청난 문제들로 얼룩질 것이다. 며칠 전 미국으로 배달된 중국의 구호 의료장비들이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코로나 사태는 이미 경험한 세계화의 역풍들 즉 테러, 환경파괴, 난민, 극단적 민족주의 등의 연장선상에 있다. 세계주의 없는 세계화, 마음의 봉쇄까지 초래하는 국경 봉쇄가 지속되면,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어려운 시대가 된다. 과거와 다른 진화된 패권, 협력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패권 없는 국제정치를 경험해 보지 않은 한국으로서는 새롭게 다가올 도전에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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