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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사회적 거리 두기, 나와의 거리 좁히기

입력
2020.04.01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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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여러분은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꽃은 아름답게 세상 밖으로 나왔는데 우리는 집으로, 방으로.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모습이 참 대비되는 요즘입니다. 최근 열흘여간은 더욱 그랬지요.

지난달 24일,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며, 우리가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은 조금 더 늘어났습니다. 우리의 안전을 위해 최선의 조치이지만 많은 분들이 ‘가만히 있기’에 익숙지 않아서,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하는 게 사실이지요.

그 과정에서 사람들의 ‘혼자 놀기’ 양상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뉘고 있습니다. 집 안에서 최대한 ‘바깥세상 간접 나들이’를 하는 타입과 이 기회에 아예 ‘내면을 바라보기’를 시도하는 타입으로 말이지요.

전자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동물의 숲 게임의 대유행입니다. 3월 하순, 출시와 동시에 전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 게임은, 무인도를 가꿔 나가며, 평범한 일상을 즐기는 게임인데요. 농사짓기, 산책하기, 이웃집에 놀러 가기 등 우리가 지금 할 수 없는 일상을 게임 속에서 복원하는 겁니다. 심지어 미국의 한 신혼부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취소했던 결혼식을 이 게임 안에서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친구와 이웃을 게임 속 결혼식장으로 초대해서 말이지요. 이렇게 집안에서나마 바깥세상의 일상을 복원하고, 유지하는 것은 작게나마 우리에게 해방감을 줍니다.

하지만 정 반대 유형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후자에 해당하는 경우인데요. 혼자가 된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나 자신과의 거리를 좁혀 보는 거지요. 일례로 보자면, 한동안 주요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혜성같이 나타났던 ‘자기 진단 검사’의 대유행을 들 수 있겠네요. 자기의 성격을 식물에 비유해서 진단해 주는 심리검사 홈페이지는 3일이 넘게 서버가 마비되었다고도 하지요. 혼자만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평소엔 바빠서 못했던, 자기 내면 탐색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는 겁니다. 명상 앱이나 MBTI 성격 유형 검사 등을 검색하는 사용자도 상당히 증가했다고 하고요.

여러분은 상기한 두 가지 유형 중 어떤 타입에 가까우신가요? 저는 후자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요. 북 테라피를 매일 실천하고 있습니다. 방법은 간단한데요. 매일 같은 책 한 권을 들고 책장을 이리저리 훑다가 딱 마음에 드는 구절에서 멈춰 그 구절을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천천히 곱씹어 보는 겁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묻지요. ‘오늘은 왜 이 구절이 내 마음에 와 닿았을까?’

며칠 연속으로 같은 구절에 시선이 멈추었다면 최근에 나를 지배하는 핵심 감정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게 될 수도 있고요. 매일 다른 구절에 눈이 간다면 그 이유를 자문하면서 내 감정선이 어떻게 업앤다운 되고 있는지 추이를 살펴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이 북 테라피의 좋은 점은, 깊게 생각하되 우울감으로 덜 빠진다는 겁니다. 아무 도구 없이, 그저 가만히 앉아 생각만 하다 보면 온갖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우울한 감정으로 빠지기 쉬운데요. 이렇게 책 속 한 페이지에 딱 멈춰서, ‘왜 이 구절이야?’ 나 자신에게 묻고 답하는 과정을 하다 보면, 주제를 정해 놓고 명료하게 자문자답을 할 수 있는 거지요. 그렇게 잡다한 감정은 잠시 멈춰 두고, 나를 마주하는 겁니다.

‘멈춤’에 익숙지 않은 한국 사회. 지금껏 많은 분이 불안할수록 더 바삐 움직이며 불안을 잊어왔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방식이 쉽지 않은 요즘, ‘안으로 들여다보기’의 연습도 한번 시도해 보면 어떨까요? 나의 불안이나 감정을 직면하고 차근히 들여다보는 시간으로 삼는 연습은, 타인과 거리를 두는 그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자신과의 거리를 좁히는 의미 있는 경험으로 재탄생될 겁니다.

장재열 청춘상담소 좀놀아본언니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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