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마천면 금대암ㆍ안국사ㆍ벽송사ㆍ서암정사
함양 마천면 금대암 바로 앞에 500년 된 전나무 한 그루가 솟아 있다. 맞은편으로 지리산 능선이 펼쳐지는데, 구름에 가려져 있다.

지리산 동북쪽 함양 마천면 골짜기에도 제법 이름난 사찰이 많다. 그중에서도 금대암은 지리산 능선을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로 꼽힌다. 마천면 소재지 부근 도로에서 산길로 약 2.5km를 올라 해발 660m 지점에 자리 잡은 자그마한 암자다. 무량수전과 나한전 두 개의 전각과 스님 처소가 전부인데, 절 앞마당에서면 왼쪽부터 하봉ㆍ중봉ㆍ천왕봉을 거쳐 오른쪽으로 제석봉ㆍ연하봉ㆍ칠선봉까지 1,500~1,900m를 오르내리는 능선이 일직선으로 길게 펼쳐진다.

금대암의 전나무는 국내에서 수령이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금대암 조망 안내판. 날씨가 변화무쌍해 언제나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다.
금대암 나한전. 금대암은 전각이 3채뿐인 작은 암자다.

절 마당 아래에는 수령 500년으로 추정되는 전나무 한 그루가 맞은편 능선 위로 늠름하게 솟아 있다. 국내의 전나무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평가되는데, 단 한 그루여서 더욱 돋보인다. 마음먹고 찾아간 날 하필이면 짙은 구름에 가려 지리산 능선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안내판에 붙은 사진을 보며 상상할 수 밖에 없었지만, 구름과 안개가 끝없이 밀려들었다 흩어지며 펼치는 풍광은 또 다른 감동을 안겼다. 일망무제, 어디가 산이고 어디가 계곡인지 분간할 수 없었지만 의연한 세월을 이겨온 전나무의 위용은 변함이 없다.

금대암 가는 길 산비탈에 안국사라는 사찰이 있다. 스님 두 분만 거처하는 작은 사찰인데, 이곳 역시 마당에서 보이는 풍광이 일품이다. 무량수전 앞마당 축대는 아래에서 보면 제법 높고 견고하지만, 담장은 허리춤 높이다. 일직선의 낮은 담장 너머로 보이는 도마마을과 비탈밭이 속세가 아니라 극락인 듯 평화롭다. 뒤늦게 핀 매화 꽃잎이 바위에 하얗게 떨어지고, 담장 앞 대숲에도 바람이 고요하다.

안국사의 낮은 담장 너머로 다랑이 논으로 유명한 마천면 도마마을 풍경이 보인다.
안국사와 금대암 가는 길에 도마마을과 다랑이논 풍경을 볼 수 있다.

불가에서 안국사는 아미타불을 주불로 모시는 서방정토, 즉 ‘안양국’의 준말이다. 이곳 함양을 비롯해 전국의 안국사는 모두 서쪽을 바라보고 있다. 나라를 수호하는 데 앞장선 호국 사찰과는 다른 의미다.

금대암과 안국사 맞은편 칠선계곡에는 벽송사와 서암정사가 대거리하듯 자리 잡았다. 벽송사의 창건 연대는 명확하지 않으나 절 뒤쪽의 3층 석탑(보물 제474호)으로 미루어 신라 말이나 고려 초로 보고 있다. 한국전쟁 때 소실된 후 중건해 흔히 말하는 ‘천년고찰’의 풍모는 느껴지지 않는다. 사찰에서는 불상보다 한 쌍의 나무 장승을 자랑으로 내세운다. 표정이 풍부하고 미학적 완성도가 높아 전각 안에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방문객의 눈길을 잡는 것은 사찰 뒤편에 고고하게 선 300년 수령의 소나무다. 매끈하게 쭉 뻗는 기둥 꼭대기에서 둥그렇게 가지를 펼친 모양이다. 3층 석탑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커다란 우산이 비바람으로부터 사찰을 보호하는 형상이다.

마천면 칠성계곡의 벽송사 뒤편의 소나무. 꼭대기에서 넓게 가지를 펼쳐 절을 보호하는 듯하다.
벽송사의 나무 장승. 선명했던 조각과 나뭇결이 세월에 삭아가고 있다.
아치형 석굴 형식의 서암정사 산문. 사찰 전체가 조각 공원처럼 아기자기하다.
서암정사의 굴법당. 자연석에 굴을 파서 법당을 지었다.

바로 아래 서암정사는 1989년 벽송사 주지 스님이 설립한 신생 사찰이다. 한국전쟁의 참화로 숨진 희생자들의 원혼을 위로하기 위해 지었다고 하는데, 가람 배치가 특이하고 조형물이 아기자기해 마치 조각공원을 둘러보는 느낌이다. 자연석을 깎아 만든 사천왕상과 아치형 산문, 바위에 굴을 파고 조성한 굴법당 등 눈요깃거리가 많아 벽송사보다 오히려 방문객이 많은 편이다.

함양=글ㆍ사진 최흥수 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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