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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발견] 코로나로 멈춰 선 항공기들, 좁은 활주로서 뽐낸 '주차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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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발견] 코로나로 멈춰 선 항공기들, 좁은 활주로서 뽐낸 '주차 기술'

입력
2020.04.01 14:18
수정
2020.04.0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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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에 각국 입국금지 조치

‘하늘길’ 봉쇄로 공항마다 항공기 빼곡

제한된 공간에 더 많이 세우는 ‘주차 묘기’

25일 미국 앨라배마주 버밍엄-셔틀워스 국제공항 활주로에 델타항공 소속 여객기들이 복잡한 방식으로 주기돼 있다. 버밍엄=로이터 연합뉴스
25일 미국 앨라배마주 버밍엄-셔틀워스 국제공항 활주로에 델타항공 소속 여객기들이 복잡한 방식으로 주기돼 있다. 버밍엄=로이터 연합뉴스
27일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 여객기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비행감소로 인해 주기되어 있다. 이 사진은 MAXAR Technologies가 입수한 위성사진이다. 파리=EPA연합뉴스
27일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 여객기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비행감소로 인해 주기되어 있다. 이 사진은 MAXAR Technologies가 입수한 위성사진이다. 파리=EPA연합뉴스
9일 인천공항에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운항을 하지 못하고 있는 비행기가 주기장에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영종도=서재훈 기자
9일 인천공항에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운항을 하지 못하고 있는 비행기가 주기장에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영종도=서재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세계 항공업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한 각국의 입국 제한 또는 여행 제한 조치로 ‘하늘길’이 봉쇄되다시피 한 탓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조치들의 수위가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다는 사실. 그 때문에 주요 공항마다 운항을 하지 못하는 항공기가 빼곡하게 늘어서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적나라하게 담은 내ㆍ외신 사진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공항 주기장(비행기 주차장)은 물론 활주로까지 수십 대의 항공기가 꼬리를 물고 서 있고, 몸체나 꼬리날개 등에 그려진 항공사 로고 또한 다양해 현재의 위기상황이 업계 전반에 걸쳐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 각지에서 촬영된 사진 속에서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항공기의 주기(세워 놓는) 방식이 공항이나 항공사에 따라 다양하다는 사실이다. 인천국제공항의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주기장에 세워진 항공기들은 대부분 조종석 부분이 동일한 방향을 향한 채 좌우로 늘어서 있다. 한마디로 ‘일렬횡대’ 형태다. 그에 비해 22일 스페인 세비야 공항에 세워진 항공기들은 ‘일렬종대’, 즉 한 방향을 보고 앞 뒤로 늘어선 방식이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국제공항에선 18일 항공기가 서로 꼬리를 맞댄 채 서 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21일 스페인 세비야 국제공항에 항공기가 일렬로 주기돼 있다. 세비야=AP 연합뉴스
21일 스페인 세비야 국제공항에 항공기가 일렬로 주기돼 있다. 세비야=AP 연합뉴스
19일 오스트리아 비엔나 공항에서 항공기가 서로 꼬리를 맞댄 채 주기돼 있다. 비엔나= EPA 연합뉴스
19일 오스트리아 비엔나 공항에서 항공기가 서로 꼬리를 맞댄 채 주기돼 있다. 비엔나= EPA 연합뉴스

미국 오클라호마주 툴사 국제공항의 경우는 조금 더 복잡한 형태를 띠었다. 23일 항공기 수십 대가 ‘2열종대’ 형태로 활주로 위에 서 있는데, 폭이 좁은 활주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날개와 날개를 엇갈리게 배치했다. 한눈에 봐도 몸통보다 긴 날개 때문에 ‘주차’가 쉽지 않을 텐데 대열의 간격은 일정하다. 좁고 긴 활주로에 한 대라도 더 세우기 위해 비스듬한 방향으로 주기한 모습도 눈에 띈다.

이처럼 제한된 공간에 세워둘 항공기 수가 많아질수록 항공기 ‘주차 기술’은 묘기에 가까워진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더욱 거세진 26일 미국 앨라배마주 버밍엄-셔틀워스 국제공항에서는 상당히 고난도인 ‘주차 기술’이 포착됐다. 공간 효율을 높이기 위해 항공기를 앞뒤로 포개듯 교차시켰는데 서로 다른 항공기의 날개와 몸체가 닿을락말락 할 정도로 가깝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열과 열 사이 작은 공간마저 몸집이 작은 항공기를 한 줄로 채웠다.

23일 아메리칸 항공 소속 여객기들이 미국 오클라호마주 툴사 국제공항 활주로에 엇갈린 방식으로 주기돼 있다. 툴사=로이터 연합뉴스
23일 아메리칸 항공 소속 여객기들이 미국 오클라호마주 툴사 국제공항 활주로에 엇갈린 방식으로 주기돼 있다. 툴사=로이터 연합뉴스
25일 미국 앨라배마주 버밍엄-셔틀워스 국제공항 활주로에 델타항공 소속 여객기가 앞뒤로 엇갈린 방식으로 주기돼 있다. 버밍엄=로이터 연합뉴스
25일 미국 앨라배마주 버밍엄-셔틀워스 국제공항 활주로에 델타항공 소속 여객기가 앞뒤로 엇갈린 방식으로 주기돼 있다. 버밍엄=로이터 연합뉴스

그렇다면 주기, 즉 항공기를 세우는 방식에 국제적인 기준이 있을까.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도 지금처럼 대규모의 여객기가 한꺼번에 주기해야 하는 상황이 처음이라 주기 방식에 대해 별도로 내린 공식 지침은 없다”고 전했다. 아울러 “아마도 각 공항마다 항공기를 수용할 수 있는 면적이 다르고 항공기의 기종(A380, B747, A320, B737 등)도 다양한 만큼 그에 따라 주기 방식도 약간씩 달라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주차가 운전의 일부이듯 주기 또한 조종사의 운항 영역에 속하는지도 물었다. 공사 내 항공기 계류 업무 담당부서 관계자는 “항공사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기장의 역할은 보통 항공기가 목적지에 착륙한 후 트랩 도킹까지”라며 “승객이 내린 후 진행되는 주기는 지상조업사(인천국제공항 기준 5개 사) 소속 인력과 정비팀이 ‘푸시백 카(일명 리드 카)’를 이용해 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기장이 탑승할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고난도의 주기는 조종사가 아닌 지상근무 요원들의 몫인 셈이다.

이 관계자는 해외의 다양한 주기 패턴에 대해 “우리도 다른 나라 공항처럼 항공기체가 마주 보는 형태로 주기하면 더 많은 주기가 가능하지만, 긴급 대체 투입이나 안전점검 등에 불리하므로 항공사에서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인천국제공항의 주기 수용 능력에 대해서는 “다행히 아직까진 여유가 있으며 현재 점유율은 90% 내외 수준”이라고 밝혔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활주로에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비행감소로 인해 에어아시아 항공기가 주기되어 있다. 말레이시아=신화/연합뉴스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활주로에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비행감소로 인해 에어아시아 항공기가 주기되어 있다. 말레이시아=신화/연합뉴스
23일 미국 오클라호마주 국제공항에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비행감소로 항공기가 주기되어 있다. 미국=로이터/연합뉴스
23일 미국 오클라호마주 국제공항에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비행감소로 항공기가 주기되어 있다. 미국=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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