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자들에게 외면받던 기업형 슈퍼마켓에 다시 사람이 몰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슈퍼 '잠실롯데캐슬플라자점'의 모습. 롯데쇼핑 제공

경기 안양시의 40대 주부 김모씨는 요즘 집 근처의 한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자주 찾는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그 동안 애용해왔던 온라인 쇼핑몰에 몰려든 네티즌들로 원활한 접속이 어려워지면서다. 김씨는 “기업형 슈퍼마켓은 작은 규모에 비해 물건이 다양하고 채소, 과일도 신선한 데다 할인 행사도 종종 한다”며 “대형마트와 달리 차 없이도 필요한 물품이 생각날 때 바로 구입할 수 있다는 것도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SSM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형마트에서 흡수하지 못한 틈새시장 공략으로 전성시대를 누렸다. 1,2인 가구 증가 등에 힘입어 신선하면서도 다양한 품목을 비교적 근거리인 주택가 인근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적중하면서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선 골목 상권 보호를 위해 신규 출점이 어려워지고 의무휴무제와 영업시간 단축 등의 규제로 주춤했다. 여기에 최근 등장한 온라인 쇼핑몰에 신선식품 영역까지 내주면서 설 자리를 잃어갔다. 그랬던 SSM이 최근 코로나19 사태의 최대 수혜주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로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한 가운데 비교적 근거리에서 넉넉한 물량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월 주요 유통업체 동향에 따르면 온라인 부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4.3% 급증한 반면 오프라인 부문 매출은 7.5%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대면 접촉을 꺼리는 사람이 많아진 탓이다. 오프라인 부문도 업태별로 희비가 엇갈렸는데 대형마트(-10.6%)와 백화점(-21.4%) 매출은 곤두박질쳤지만 SSM(8.2%)과 편의점(7.8%) 매출은 오히려 올랐다.

이 중 편의점 신장세를 넘어선 SSM의 약진은 눈에 띈다. 산업부에 따르면 SSM의 월별 매출이 지난 해 6월부터 올 1월까지 8개월 연속 하락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반전이다. SSM업계 1위인 롯데슈퍼의 경우엔 지난해 1,000억원 이상의 영업적자까지 냈다.

SSM(연면적 3000㎡ 미만)은 대형마트(연면적 3000㎡ 이상)와 동네 슈퍼마켓 중간에 위치한 식료품 중심 매장이다. 국내에선 롯데쇼핑의 ‘롯데슈퍼’, GS리테일의 ‘GS더프레시’, 홈플러스의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이마트의 ‘이마트에브리데이’ 등이 영업 중이다.

SSM이 코로나19의 수혜주로 거듭난 데는 역시 달라진 소비패턴의 영향도 커 보인다. 외식 보단 가정식 수요가 증가했고 기다림에 지친 온라인 쇼핑몰의 이탈 고객도 끌어 들였다는 진단이다. 실제 산업부 자료에 의하면 농수축산(5.9%), 신선·조리식품(7.8%), 가공식품(11.1%) 등 가정식품 판매 증가가 SSM의 전체 매출 상승을 이끌었다. SSM의 월 매출이 전월 대비 증가한 건 지난 해 5월 이후 처음으로, 올해 2월 증가폭은 2015년 2월(9.4%) 이후 최대다.

일각에선 코로나19에 따른 ‘반짝 수혜’ 현상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지만 유통업계에선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 소비패턴을 매출 증가로 연결시키겠다는 복안이다. SSM업계 관계자는 “‘쇼핑은 곧 습관’이라는 말이 있다”며 “SSM 제품의 신선도를 높이고 편리성을 더 강화하는 등 매장 관리에 더 박차를 가할 것이다”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koilbo.com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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