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원자력 발전 등 전방 산업의 부진으로 궁지에 몰린 두산중공업이 ‘신사업 확대’를 위기 탈출 카드로 꺼내 들었다.
최형희 두산중공업 대표(부사장)은 3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두산빌딩에서 열린 제5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2023년까지 신사업 수주 비중을 50% 수준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중장기 수주 포트폴리오를 수립했다”며 “이를 위해 가스터빈, 신재생 서비스, 수소, 3차원(3D)프린팅 등 신사업을 적극 추진해 재무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 자리에서 올해 △기존 사업에서의 매출 신장 △신사업 확대 △디지털 전환 등을 중점 추진 사항으로 제시했다.
이날 주총에 대리 참석한 이성배 두산중공업 노조 지회장은 경영진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했고, 일부 주주들은 현 경영상태와 미래 비전에 대해 질문하기도 했다.
이 지회장은 질의를 통해 “지난 27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회사에 1조원 긴급자금 대출을 결정했는데, 만약 이것도 잘못되면 더 큰 유동성 위기가 올 수 있다”며 구체적인 경영정상화 계획을 물었다.
최 대표는 이에 대해 “1조원 범위에서 사업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컨설팅을 받고 채권단과 협의해 구체적인 자금 집행을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이 지회장이 “노조도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회사도) 정부에 강력히 요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최 대표는) 꼭 남의 회사 다니는 사람 같이 말한다”고 지적하자, 최 대표는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이날 주총에서는 향후 유상증자 등에 대비해 자본금 한도를 기존 2조원에서 10조원으로 5배 늘리는 정관 변경안이 통과됐다. 또 외부자금 조달 규모를 늘리기 위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한도 역시 기존 5,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4배 상향 조정했다. 이로써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긴급 지원 받은 1조원에 더해 실탄을 확보할 수 있는 채비도 갖췄다.
이와 함께 박지원 두산중공업 대표이사를 사내이사로, 남익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한편 ㈜두산과 두산중공업이 채권단과 협의중인 자구안에는 두산건설을 포함한 일부 사업부 분할 매각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박지원 두산중공업 대표 등 오너 일가가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사재를 출연하는 방안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자구안의 규모와 범위는 회계법인 실사 후 다음달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 측은 “구체적인 자구안은 아직 결정된 바 없으며 채권단과 논의해 구체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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