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기업들의 4월 체감 경기 전망치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 이후 가장 많이 급감하면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최저로 내려 앉았다.
한국경제연구원은 4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를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최근 조사한 결과, 59.3을 기록했다고 30일 밝혔다. BSI가 기준치인 100보다 낮으면 경기에 대한 부정 응답이 긍정보다 많다는 의미다.
이 수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월(52.0) 이후, 13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지난달(84.4)에 비해 25.1포인트 하락, 1998년 1월 IMF 사태 당시 28포인트 급락한 이래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4월 전망치를 부문별로 살펴보면 내수(64.3) 수출(69.3) 투자(74.8) 자금(77.0) 재고(95.5) 고용(79.0) 채산성(68.8) 등 전 부문에서 기준 미만이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44.2) 출판·기록물(46.2) 여행·오락서비스(50.0) 의류·신발 제조(50.0) 도·소매(52.2) 육상·항공 등을 포함한 운송업(52.4)에서 낮았다.
3월 실적치 역시 65.5를 기록, 2009년 2월(62.4) 이후 133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중소기업들의 4월 체감 경기 전망 또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나왔다. 중소기업중앙회가 3,15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4월 경기전망지수(SBHI)를 조사한 결과, 지난 달보다 17.9포인트 하락한 60.6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5.1포인트 급감한 수치로, 2014년 2월 통계를 낸 이후 역대 최저치다. SBHI도 100을 기준으로 본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제조업이 지난 달보다 8.0포인트 하락한 71.6으로, 2009년 3월(70.5) 이후 가장 낮았다. 비제조업도 전달보다 22.9포인트 떨어진 55.0으로, 2014년 2월 이후 최저치였다. 서비스업은 24.2 포인트나 하락한 51.5에 머물렀다.
코로나19가 극심해진 2월 중소제조업 평균가동률(설비의 월간 생산능력 대비 해당 월의 평균 생산비율)은 69.6%로 지난 달보다 1.0%포인트, 지난 해 같은 달보다는 2.8%포인트 각각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9년 8월(69.1%) 이후 최저 수준이다.
중소기업들이 꼽은 경영상 애로요인으로 내수부진(75.0%)이 가장 많았고, 인건비 상승(43.6%) 업체간 과당경쟁(35.8%) 자금조달 곤란(20.1%) 등이 뒤를 이었다.
한경연조차 체감경기가 얼마나 얼어 붙을 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염병 종식 시점을 예측하기 힘든데다, 앞서 두 번의 경제 위기 때와 다르게 이번엔 전 세계적으로 펼쳐진 위기라는 점에서 예단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19로 인해 기업들은 실적악화에 더해 자금시장 위축으로 인한 신용경색을 겪으며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해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고 피해업종을 적극 지원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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