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담방’ 운영한 와치맨 전모씨 블로그 2018~19년 흔적 살펴보니
“북한 정은이도 ‘모네로’ 쓴다” 가상화폐ㆍ텔레그램 맹신한 와치맨
성착취 동영상 공유방인 ‘고담방’을 운영하다 덜미가 잡힌 ‘와치맨’ 전모(38)씨가 공개 사이버 공간인 블로그에서는 불법 영상물 정보를 공유하고 경찰 수사를 회피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상담사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씨는 ‘n번방’범죄의 시초인 ‘갓갓’에 이어 디지털 성범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유명해진 인물로, 지난해 9월 음란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30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전씨가 2017년부터 지난해 9월 경찰에 체포되기 직전까지 운영하던 블로그는 현재 폐쇄된 상태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 일부 흔적들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2018년 10월 22일 블로그에는 “성인이 성인물도 못 보는 세상. 포르노를 합법하던지 성매매를 합법하던지”라는 불평을 남기기도 했다. 전씨는 특히 블로그에 성착취 동영상 공유방인 ‘n번방’에서 불법 영상물이 유통되는 과정 및 경찰 수사를 회피하는 방법을 이용자들에게 제공했다.
전씨가 ‘스눕조사’라는 아이디로 불법 영상물 전문 블로거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2017년부터. 그는 주로 불법 촬영물 정보를 공유하고 이용자들의 문의를 상담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정보통신망법, 아동청소년보호법, 음란물 저작권 등 수사당국의 단속 정보를 전달하기도 했다. 전씨는 “압수 수색을 당했을 때 전자정보가 아닌 컴퓨터 본체를 통째로 가져가려 할 경우 거절하라” “참고인 조사 때 함정 질문에 걸려들지만 않으면 된다”며 등 경찰 조사를 받을 때의 팁도 공유했다. 이용자들은 그런 그를 “스눕조사님”이라 부르며 따랐다.
전씨는 이어 2019년 3월 아이디를 스눕조사에서 ‘감시자(와치맨)’로 바꾼 뒤 본격적인 성범죄 사업에 뛰어들었다. 검찰에 따르면 전씨는 이후 한 달 뒤인 4월부터 해외 서버 호스팅 서비스를 이용, 텔레그램에서 고담방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그의 블로그에 고담방으로 이어지는 텔레그램 링크와 가상화폐 후원금 지갑 주소가 게시됐다. 블로그를 통해 끌어 모은 이용자들을 활용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시점이다. 고담방 안에서는 아동이나 청소년의 은밀한 부위가 노출된 나체사진과 동영상도 107건이나 공유된 것으로 전했다.
전씨가 ‘n번방’을 주도한 ‘갓갓’과 접촉한 것도 그 즈음으로 추정된다. 전씨는 7월 6일 n번방의 운영 방식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게시글을 올렸다. 트위터에 해킹 코드를 보내고, 경찰을 사칭하는 악랄한 방 운영자들의 행동과 n번방에서 행해진 가혹한 성착취 행위를 그대로 묘사했다. 그러자 3일 뒤에 갓갓이 전씨에게 “인터뷰를 해달라”고 먼저 연락을 하면서 이들의 만남이 성사됐다. 갓갓은 전씨의 블로그에 인터뷰 형식으로 올린 글에서 “일탈. 스트레스 해소” 때문에 n번방을 운영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갓갓이 열흘 뒤 종적을 감춘 뒤에도 전씨는 ‘텔레그램 이용시 주의사항’ 등을 정리해 공개하는 등 블로그 활동을 계속했다. 전씨는 “텔레그램 측의 알려진 경찰 협조 사례는 없다”며 영상물 보관만 잘 관리하면 붙잡힐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전씨는 가상화폐 모네로의 보안을 맹신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019년 2월 작성한 글에서는 “암호화폐 3대장은 z캐시, 모네로, 대시”라며 “이중 가장 제일은 모네로다. 북한의 정은이도 모네로 쓴다”고 했다. 이어 “(모네로는) 비트코인과 다르게 서로 주고 받은 트랜잭션이 확인되지 않아 국내 경찰은 추적 못한다. 아무튼 감시자의 최애 코인=모네로”라고 덧붙였다. 거래소를 통하면 거래 내역이 남는다는 이용자들의 문제 제기에도 전씨는 “국내 거래소는 그냥 예를 든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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