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4천명 내달부터 무급휴직
주한미군이 내달 1일부터 한국인 근로자 4,000여명에 대해 무급휴가를 통보한 가운데 시민단체들이 근로자들을 협상의 볼모로 세워선 안 된다며 비판했다.
30일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단체는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시민단체에 따르면 주한미군사령부 방침에 따라 한국인 근로자 8,500여 명(노조추산) 중 생명과 안전, 보건 및 군 대비태세 관련 분야의 필수 인력을 제외한 4,000여 명이 무급휴직에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무급휴직 기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엄미경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은 “미국은 방위비 인상을 이유로 노동자의 삶을 협박하고 있다”며 “미국의 행위에 대해 용납하지 않고 국제사회에 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미국이 제재를 한다고 그대로 당해야 하는가”라며 “문재인 정부는 촛불 시민들을 믿고 당당히 미국에 맞서 우리의 목소리 내야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 문제를 양국 간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의 카드로 쓰고 있다고 본다. 양국은 지난해 9월부터 11차 SMA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금액에 대한 이견이 커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한국이 부담할 방위비분담금을 지난해 1조389억원의 5배가 넘는 50억달러(약 6조원)로 올려야 한다는 요구를 한 바 있다. 정부는 한국인 노동자 무급휴직만이라도 막기 위해 인건비 문제를 우선 협의하고자 했지만, 미국 측이 거부했다.
한편 주한미군한국인노조도 이날 미국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며 ‘한국인 노동자들을 볼모 삼은 무리한 방위비 인상 요구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최응식 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 위원장은 “우리들은 국내 노동법에 적용을 받지 않아 파업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아직 이틀이 남은 만큼 정부에서 어떠한 조치를 해주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은 휴업수당을 비롯해 한국 노동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