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칭 마틸다(Waltzing Matilda)’는 호주 국민이 제2의 국가(國歌)로 꼽는 포크송이다. 호주 시인 겸 작가 앤드루 ‘밴조’ 패터슨(1864~1941)이 1895년 가사를 짓고, 영국인 토마스 벌치(Thomas Bulch)가 군가로 작곡한 ‘크레이글리 행진곡(the Craigielee March)’의 주제부를 크리스티나 맥퍼슨(1864~1936)이란 이가 변형해 새로 곡을 써서 만든 노래다. 경쾌한 민요풍 가락에 붙은 가사 내용은, 굶주린 한 떠돌이 노동자가 양 한 마리를 훔쳤다가 경찰이 그를 잡으러 오자 ‘산 채로 잡히진 않겠다(you will never catch me alive)’며 연못에 뛰어들었다는 내용이다.
호주는 영국인 죄수 유형 식민지로 18세기 말 ‘개척’됐다. ‘개척’이란 정착지와 목장, 광산 개발과 더불어 ‘애보리진’이라 불리는 원주민들을 조직적으로 몰아낸 야만까지 포괄하는 표현이다. 호주는 1901년 사실상 독립해 영연방 국가가 됐다. 왈칭 마틸다가 탄생한 때는 식민지 시절이었다. 경찰은 영국인이거나 그들의 하수인이었고, 떠돌이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은 광부나 양털깎이 노동자였을 것이다. 밴조 페터슨이 1890년대 초 퀸즐랜드에서 일어난 양털깎이 노동자 파업 직후 주동자가 권총으로 자살한 일에서 영감을 얻어 가사를 썼다는 설이 있다.
왈칭 마틸다는 월츠를 추는 마틸다란 뜻이 아니라 ‘의연히 걷는(waltzing) 짐보따리(matilda)’ 즉, 억압에 굴하지 않는 떠돌이 노동자의 의지를 환유하는 말이다. 호주 국민들에게 그 노래는 그러니까, 자유와 생존을 위한 저항의 노래이자, 결의의 노래다. 같은 시기 그들이 억압한 애보리진들에겐 기가 찰 노릇이겠지만, 그렇다고 왈칭 마틸다의 정서를 폄훼할 수는 없다. 정의와 진실은 때와 장소와 처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순결한 정의에 대한 집착은 스스로를 우월시하는 이들의 옹졸한 오만을 드러내기도 한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개막식에서는 공식 국가가 불렸지만, 패럴림픽 개막식에서는 왈칭 마틸다가 불렸다. 호주 미식축구(AFL) 개막식이나 최종 결승전 무대 초대가수들의 단골 레퍼토리인 저 노래가 나오면 호주 국민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따라 부른다. 1926년 초연된 오늘은 퀸즐랜드 윈턴시의 ‘왈칭 마틸다 센터’가 정한 ‘왈칭 마틸다의 날’이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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