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그룹 '거북이'의 리더 겸 송라이터 터틀맨 임성훈이 2008년 오늘 별세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유명인들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밝히는 애창곡은 진짜 ‘18번’이 아닐지 모른다. 그것만으로도 취향과 문화적 소양을 드러내고 대중적 이미지까지 좌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중 정치인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밝히는 애창곡이라면 선거 슬로건을 정하는 수고에 버금갈 만큼 많은 것을 전략적으로 고려할 것이다. 가사도, 주요 소비계층도, 발표 시점과 노래의 인지도도 다 변수가 될 수 있다.

알려진 바, 역대 대통령의 애창곡은 김영삼은 ‘선구자’와 ‘매기의 추억’, 김대중은 ‘목포의 눈물’이었다. 전두환은, 아무런 정치적 의미를 생각하지 않았거나 참모의 의견을 듣지 않았던지, 자신의 애창곡을 ‘방랑시인 김삿갓’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박정희는 느린 박자에 처연한 노랫말의 ‘황성 옛터’를 좋아했다지만, 딸 박근혜는 랩 풍의 빠른 비트에 트로트 리듬을 버무린 경쾌한 댄스곡 ‘빙고’를 꼽았다. 그는 지난 대통령 선거 전 당시 한 공중파 오락방송에 출연해 직접 그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빙고’의 가사는 “터질 것만 같은 행복한 기분으로/ 틀에 박힌 관념 다 버리고 이제 또/ 맨주먹 정신 다시 또 시작하면/ 나 이루리라 다 나 바라는 대로”로 시작해서 “지금 내가 있는 이 땅이 너무 좋아/ 이민 따윈 생각 한 적도 없었고요/ 금 같은 시간 아끼고 또 아끼며/ 나 비상하리라 나 바라는대로”로 이어진다. 지금도 그가 이 노래를 흥얼거릴지는 알 수 없다.

음악그룹 ‘거북이’가 부른 노래 대부분은 리더인 터틀맨 임성훈(1970.9.3~ 2008.4.2)이 작사ㆍ작곡ㆍ편곡했다. 그는 원래 래퍼지만 대중 팝 창법에도 능했고, 무대나 뮤직비디오에서 선뵈던 경쾌한 댄스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현란하고 요염하기까지 했다. 그들 노래 특유의 빠른 4박자 비트와 가락에 그는 건전가요라고 해도 될 만큼 밝고 긍정적인 노랫말을 각운까지 살려 얹곤 했다. “갑자기 왜이래/ 난데없이 왜이래/ 화만 내면/ 무슨 일이 잘 되나/ 안 된다면 내일 해/ 화내지 말고 내일 해/ 지금 네게 필요한 건 latitude of mind(마음의 자유)” ‘왜이래’의 이 계몽적인 노랫말이 박근혜 외에도 수많은 사람에게 위안과 희망을 준 것은 “높은 하늘 아래 수많은 건물/ 나 발 디딜 자리조차 없”고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는 듯한 “숨막힌 세상”임을 부인하지 않고, 먼저 알아주어서였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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