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지사 “소송은 쇼가 아냐…제주도민들은 쇼 때문에 피해 입은 게 아니다”
제주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증상에도 제주로 여행을 온 미국 유학생 A(19)씨 모녀를 상대로 빠르면 30일 1억원의 민사상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다. 피해액에 따라 손해배상 금액은 늘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빠르면 오늘 소장 접수 한다”며 A씨 모녀에 대해 경고 차원이 아닌 실제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의지를 보였다.
강남구에 사는 A씨와 그의 어머니(52)는 20~24일 제주여행을 하고 서울로 돌아온 뒤 진행한 코로나19 진단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제주도에서부터 오한과 근육통 등을 느껴 여행 중 병원과 약국을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
원 지사는 모녀에 대한 손해배상 금액 1억원에 대해 “최소한으로 잡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제주도의 방역이나 여러 행정력이 낭비됐고, 방문 업소들이 다 폐업을 하거나 (인근 업소들의) 매출이 급격히 떨어졌다”며 “졸지에 자가격리를 당한 분들만 해도 수십 명이 넘어가는데, 이 분들 손해를 다 합치면 1억원은 너무 작은 액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해액을) 계산하는 중”이라며 피해액이 산정되는 대로 1억원 이상을 청구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A씨 모녀를 대변했다가 뭇매를 맞은 정순균 서울 강남구청장에 대해서는 “강남구가 책임 회피성으로 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주여행 당시 A씨에게 증상이 없었다는 취지의 발언은 정 청장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말을 바꾼 것이라는 주장이다.
원 지사는 “강남구에서 역학조사 한 후 ‘제주도에 오는 날부터 아팠다’고 해서 우리가 그 정보에 맞춰 조사를 한 것”이라며 “그런데 문제가 되니까 제주도에 갈 때는 증상이 없었다는 식으로 말이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27일 정 청장은 긴급 브리핑에서 “이들 모녀도 이번 코로나19 발생으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라며 “현재 쏟아지는 비난이나 손해배상소송 제기 등은 오해나 이해 부족에 따른 것이 아니냐 하는 아쉬움도 있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원 지사는 또 “(손해배상소송에 대해) 한번 경고용으로 쇼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들이 있는데, 피해 당한 업체나 자가격리 당한 분들은 쇼로 피해를 입은 게 아니다”라며 “우리는 너무 절박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법에다 호소하는 것이고, 처벌이 어디까지 나올지는 사법부에 달린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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