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정부가 21일간 ‘국가 봉쇄령’을 선포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귀향을 서두르면서 수도 뉴델리 일부 지역에선 사람들이 뒤엉켜 난장판이 됐다. 감염 예방을 위해 각국이 추진하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무용지물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인도 현지 타임스오브인디아 등은 지난 며칠 동안 뉴델리 안팎 시외버스 정류장과 주 경계, 고속도로 등에는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지방 출신 노동자 수십만명이 몰렸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은 “이들 대부분은 건설 현장을 찾아 떠돌던 일용직 노동자들과 그 가족”이라며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발령한 봉쇄령으로 일자리를 잃어 생계 유지가 힘들어지자 귀향을 결정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인도 각 주도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각 주는 노동자들을 실어 나를 귀향버스를 마련했다. 뉴델리 인근 노이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27일 하루 동안 4만명이 우타르프리데시주의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시외버스 정류장과 여러 공터에는 귀향 노동자를 태우려는 차량 3,000여대가 몰려 들었고 걸어서 귀향하려는 사람들도 속출했다. 이들은 주 경계와 도로로 몰려 나와 이동했고 이중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는 무시됐다. 고향으로 가려는 사람들은 대다수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출발하는 버스에 억지로 올라 타거나 심지어는 지붕까지 빼곡히 채웠다. 이들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있을 경우 바이러스 확산을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뉴델리 뿐 아니라 다른 대도시들에서도 유사한 행렬이 펼쳐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우타르프라데시, 비하르 등 귀향 근로자를 맞는 주들은 이들을 14일간 격리해 바이러스 확산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도는 25일부터 21일간의 봉쇄령을 발동하면서 학교, 교통 서비스, 산업시설을 모두 잠정 폐쇄했고 주민 외출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로 인해 특히 자영업자와 일용직 근로자 등 서민과 빈민층이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은 상태다.
인도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이달 초까지만 하더라도 누적 수십명 수준에 불과했으나 지난주부터는 신규확진자가 하루 80∼90명가량으로 늘어났다. 그러다가 28일 하루 동안에는 일일 최다인 180여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29일까지 확진자 수는 979명으로 늘어난 상태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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