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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불법 영상물’ 성인사이트서 유통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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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불법 영상물’ 성인사이트서 유통 가능성

입력
2020.03.29 18:26
수정
2020.03.29 21:38
2면
0 0

n번방 검색하면 수정, 삭제 의혹… 운영자는 경찰 조롱 글도 남겨

29일 불법성인 사이트 천사티비에서 어떠한 인증 절차 없이 불법 촬영 영상물이 공유되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29일 불법성인 사이트 천사티비에서 어떠한 인증 절차 없이 불법 촬영 영상물이 공유되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n번방’과 ‘박사방’을 비롯한 성착취물 제작ㆍ유포 가해자들에 대한 경찰의 전방위적인 수사에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 영상물 거래가 끊이질 않고 있다. n번방 이용자가 상당수 유입된 것으로 알려진 국내외 불법 성인사이트에서는 여전히 미성년자 영상물과 리벤지 포르노 등이 유통되고 있었다.

2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홍도깨비’ ‘천사티비’ ‘노블타운’ 등 다수의 국내 불법 포르노 공유 사이트는 도메인 주소를 지속적으로 변경하며 버젓이 정상 운영 중이다. 지난 24일 국내 최대 불법 성인사이트 중 하나인 ‘옥보이(okboy)’가 입장문을 내고 운영 중단을 발표했지만 대부분의 불법 사이트는 이날 현재까지 동시접속자가 1,000명을 넘어가는 등 여전히 성행이었다.

불법 사이트에서 ‘n번방’ ‘박사방’ 관련 영상이 유통됐는지 여부는 경찰 수사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n번방’ 등으로 검색하면 업로드 영상이 수정됐거나 삭제됐다는 의미로 쓰이는 ‘펑’ ‘ㅍ’이란 제목의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다. 텔레그램에서 거래된 성착취 영상이 국내 성인사이트로도 유출됐을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불법 촬영 영상물이나 미성년자 불법 영상물, 리벤지 포르노 등은 넘쳐났다. 천사티비의 경우 ‘몰카’를 검색하면 336개, ‘고딩’을 검색하면 63개의 영상이 노출된다. 불법 영상의 조회수는 적게는 10만, 많게는 50만회에 이르렀다. 불법 영상물 중 일부는 특별한 가입이나 인증 절차 없이도 다운받을 수 있는 형태였다.

이들 사이트에서 불법 영상물은 구글 드라이브를 비롯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공유되고 있었다. 익명의 계정으로 만든 가상 드라이브에 불법 영상을 업로드한 뒤 해당 드라이브의 도메인 주소가 적힌 텍스트 파일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박사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수사 당국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성착취물을 거래하는 이들은 서버가 해외에 있는 클라우드를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불법 사이트 운영자들은 심지어 경찰 수사까지 조롱했다. 홍도깨비의 운영자 ‘홍도깨비’는 24일 ‘도깨비는 잘 있습니다’는 제목의 공지에서 “뭘 죽었네 잡혀갔네 하고 있어요…알아서들 잘 이용해주시길 바랍니다”라며 건재를 과시했다. 경찰 수사를 우려한 회원들의 탈퇴가 급증하자 천사티비의 운영자는 “전화번호당 인증은 1회만 가능해 탈퇴 후 다시 가입하려 해도 같은 번호로 중복 인증이 안 된다. 탈퇴 전 잘 생각하고 선택하시길 바란다”라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용자들 또한 “여기 사이트라도 남아 있어 다행이다”라며 안도하는 등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경찰은 불법 사이트를 지속적으로 단속하겠다는 의지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디지털성범죄 관련해 어떠한 제한 범위 없이 수사 중”이라며 “n번방뿐 아니라 성착취물을 취급한 성인 사이트들도 수사망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29일 불법 성인사이트 홍도깨비에서 회원들이 구글 드라이브 주소가 적힌 텍스트 파일을 통해 불법 영상물을 공유하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29일 불법 성인사이트 홍도깨비에서 회원들이 구글 드라이브 주소가 적힌 텍스트 파일을 통해 불법 영상물을 공유하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성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가해자들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된 지난 24일 불법 성인사이트 홍도깨비에 운영자가 신규 회원을 받지 않겠다는 공지를 게시했다. 인터넷 캡처
성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가해자들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된 지난 24일 불법 성인사이트 홍도깨비에 운영자가 신규 회원을 받지 않겠다는 공지를 게시했다. 인터넷 캡처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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