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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첫 확진자 나오기 한 달 전 대책 세워놨다... 감염병 유입 도상훈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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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첫 확진자 나오기 한 달 전 대책 세워놨다... 감염병 유입 도상훈련까지

입력
2020.03.30 01: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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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스 이후 구성된 ‘감염병 TF’ 작년 12월 국내유입 대비 훈련 

 ‘판코로나 검사법’개발 착수… 현재 대규모 유전자 검사 가능케 

29일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마스크와 방호복을 착용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29일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마스크와 방호복을 착용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모범사례로 꼽은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은 우연이 아니었다. 방역 전문가들이 모인 정부의 ‘원인불명 감염병 진단분석 태스크포스(이하 TF)’가 지난해 12월 중순 이미 원인 모를 폐렴 대처 방안을 세워뒀고, 때마침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가 유행하자 TF 논의결과를 토대로 신속 대응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신종 코로나로 전 세계가 주목한 ‘K방역’의 밑바탕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정부의 와신상담이 있었던 셈이다.

29일 방역당국과 내부문건(코로나19 진단검사법 추진 경과)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 내 연구모임인 TF는 지난해 12월 17일 원인불명 감염병의 국내 유입을 가정한 도상훈련을 가졌다. 중국 윈난성을 여행하고 온 한국인 가족이 원인불명 폐렴을 앓기 시작했고, 귀국 후 이들이 들린 병원과 직장에서 신종 감염병이 확산됐다는 가상 상황에 맞춰 대응방안을 논의한 것이다. 새로운 검사법 개발, 접촉자 범위 규정, 확진자의 이동경로 파악 방법 등의 이야기가 이 자리에서 오갔다. 이날 훈련에는 질본 감염병분석센터 바이러스 연구원 15명과 긴급상황센터 소속 역학조사관 7명이 참석했다.

TF에 참여한 이상원 질본 감염병진단관리과장은 “신종 코로나의 대유행을 예측하고 훈련한 건 아니지만 TF에서 원인불명 폐렴에 대한 대처방안을 세워뒀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 유행 초기에 빠르게 적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8년 4월 출범한 TF는 비정기적으로 모여 새로운 감염병 대처방안에 대해 논의해왔다.

훈련 직후 지난해 연말 들어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원인 모를 폐렴이 급격하게 퍼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질본은 TF 논의결과를 바탕으로 몇 수 앞서 대책을 추진했다. WHO와 중국이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가 원인이라고 지목(1월 9일)하기도 전에 모든 코로나바이러스를 분석하는 ‘판코로나 검사법’ 개발에 착수했다. 어떤 코로나바이러스인지 특정할 수 없으니 폭넓게 분석하는 진단법이 필요하다는 TF 논의 결과에 따른 조치였다.

판코로나 검사법은 검체에 있는 바이러스가 코로나바이러스인지 우선 확인한 뒤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와 대조해 본다. 메르스 등 기존 6가지 코로나바이러스와 일치하지 않으면 신종 코로나로 판정하는 식이다. 지난 1월 4일 개발에 들어가 9일 완료한 판코로나 검사법은 같은 달 20일 확인된 국내 첫 확진환자를 포함해 신종 코로나 초기 환자를 잡아내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과장은 “초기 확진자를 못 걸러냈다면 국내 유행은 더욱 빨리 진행됐을 것”이라며 “판코로나 검사법으로 수집한 바이러스 정보는 현재 확진검사에 사용하는 유전자 검사법(RT-PCR)의 개발 양분이 됐다”고 말했다. 유전자 검사법은 검체에 시약을 떨어뜨려 신종 코로나에 특이적인 유전자가 일정 수준 이상 증폭되면 양성 판정을 내리는 방법이다. 질본을 거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 보건환경연구원에서 곧바로 시행할 수 있다. 분석 시간(약 6시간)도 판코로나검사법(24~48시간)보다 짧다. 해당 검사법은 1월 중순 개발을 시작해 같은 달 31일 전국 보건환경연구원에 보급됐다. 이 과장은 “확진환자가 몇 명 나오지 않았던 시기지만 대유행을 고려해 검체 분석을 빠르게 또 대규모로 할 수 있는 새로운 검사법 개발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TF가 일찌감치 도상훈련에서 원인불명 폐렴에 대한 역학조사 방법 논의를 마친 것도 신속한 방역에 큰 도움이 됐다. 당시 TF 훈련에선 접촉자 범위를 넓게 규정, 확진자의 가족뿐 아니라 병원 등에서 만난 이에 대해서도 모두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위치정보와 신용카드 정보 등을 확인하자는 얘기도 있었다. 현재 신종 코로나 역학조사에 모두 쓰이는 방법들이다. 이 과장은 “작은 것도 확인하고 확인하며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상황에 대비하고자 했다”며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실추된 방역당국의 신뢰와 명예를 되찾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다”고 말했다.

세종=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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