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9일 개봉하는 일본 로맨스 영화 ‘사랑이 뭘까’는 당초 지난해 가을 선보일 예정이었다. 지난해 7월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 조치로 한일 갈등이 악화한 상황에서 개봉을 미뤘던 작품이다.
29일 영화계에 따르면 국내 극장가에 일본 영화들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추세 덕이다.
일본 영화 ‘온다’도 26일 개봉했다. 이 영화는 한일 갈등의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 작품으로 꼽힌다. 지난해 여름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선보였을 때 매진을 기록하며 흥행을 예고했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2006)과 ‘고백’(2010) 등으로 두터운 국내 팬층을 형성한 나카시마 데쓰야 감독의 신작인데다 쓰마부키 사토시, 구로다 하루, 고마쓰 나나, 마쓰 다카코 등 스타 배우들이 출연했다. 하지만 한일 관계 악화로 계속 개봉이 미뤄졌다.
‘온다’와 함께 개봉한 작품으론 ‘모리의 정원’과 ‘첫 키스만 50번째’도 있다. ‘모리의 정원’은 일본 국민 배우이자 한국에도 잘 알려진 키키 키린(1943~2018)의 유작으로 지난해 개봉이 기대됐던 영화다. 다음 달에도 ‘사랑이 뭘까’, ‘펠리칸 베이커리’(2일),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16일), ‘고양이와 할아버지’(23일), ‘킹덤’이 잇따라 개봉한다.
한일 갈등으로 일본 제품 불매 운동 바람이 불었던 지난해 하반기엔 일본 영화 조차 퇴출 분위기였다. 기대를 모았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날씨의 아이’가 65만명에 그쳤다. 이전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은 367만명을 동원했다. 수입사, 배급사 모두 “일본 영화에 대한 편견을 거둬달라”는 공식 입장문을 낼 정도였다. 지난해 일본 영화의 한국 시장 점유율은 0.9%에 그쳤다. 연매출도 2018년 236억원에서 지난해 174억원으로 급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묘하게도 코로나19가 일본 영화의 탈출구가 되고 있다. 국내 일본 영화 관객은 층이 두껍지는 않지만 충성도가 높다. ‘사랑이 뭘까’를 수입 배급하는 영화사 엣나인의 주희 이사는 “한일 갈등처럼 큰 외부 변수가 없으면 일본 영화에는 관객이 어느 정도 이상 찾아온다”며 “관객 반응이 예전 같지만 코로나19가 미치는 영향이 다른 영화에 비해 작다”고 말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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