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 전 식당서 식사하고, 마스크 착용도 안해 
 “공항에서부터 경각심 고취 교육 강화해야” 
페루 정부의 국경 폐쇄로 발이 묶였던 여행객들이 28일 오전 전세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해외유입이 급증하면서 국내 입국자들에 대한 검역과 자가격리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이를 가볍게 여기는 입국자들로 인해 곳곳에서 방역의 ‘구멍’이 뚫리고 있다. 정부는 내달 1일부터 모든 입국자에 대해 자가격리를 의무화하기로 했지만 검진 후 결과를 기다리는 도중 공공시설을 이용하는 등 지역전파 위험을 부추기는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29일 경기 고양시에 따르면 부산에 주소를 두고 태국 방콕에 거주 중인 사업가 A(34)씨는 지난 27일 오전 8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고양시로 이동, 명지병원에서 신종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공항 입국시 별다른 이상증상이 없어 검역소를 통과했으나 사정상 출국 전 신종 코로나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확인서가 필요해서였다.

A씨는 검사 후 병원으로부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가격리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지역 연고가 없던 그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인근 식당에서 밥을 먹고, 환자와 방문객이 다수 이용하는 병원 1층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하는 등 자가격리 수칙을 깡그리 무시했다. 명지병원 응급의학과 B교수는 “마땅히 갈 곳이 없다는 말을 먼저 하지 않으면 병원 측에서도 이들을 관리할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선별진료소가 병원 외부에 있고, A씨의 경우 입원이나 응급실 환자가 아니라 병원에서 그를 관리할 방법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A씨가 27일 오후 확진 판정을 받자 불똥은 그가 오간 시설 이용자들과 병원으로 튀었다. 병원측은 다급히 A씨의 병원내 동선을 파악해 동 시간대 병원 1층 화장실을 이용한 남성 7명에 대해 자가격리 조치를 내렸다. B교수는 “화장실에서 A씨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 수원시에서도 지난 20일 태국을 거쳐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영국인 남성 C씨가 확진 판정을 받기 전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은 채 곳곳을 돌아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확진 된 C씨는 유증상 상태로 입국해 검체 검사를 받았으나 자가격리를 하지 않아 바이러스를 곳곳에 전파했을 가능성이 높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페이스북에 “증상 발현 후 입국해 여러 곳에서 접촉자를 만들었다”라며 “향후 이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전남 목포에서도 태국에서 2달여 머문 뒤 귀국한 20대 남성 D씨가 신종 코로나 검진을 받은 후 자가격리 지침을 어기고 대형마트, PC방 등을 오간 것으로 28일 드러났다. 이날 D씨가 확진판정을 받으면서 목포시는 “자가격리 대상자로 분류됐음에도 지키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라며 “법률 검토를 통해 고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해외유입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어 보건당국이 입국자들에 대한 철저한 교육과 관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특히 입국 후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 검사를 받은 사람의 경우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별도 공간에서 격리시켜야 지역감염을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검사인력이 부족하고 대상이 많아 힘들겠지만 병원에서 마땅히 자가격리를 할 곳 없는 이들을 점검해 별도 시설에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석주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도 해외에서 귀국한 이들 중에는 국내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정부가 자가격리 지침을 어겼을 때 얼마나 큰 피해가 발생하는지 알 수 있도록 공항에서 입국자들에게 충분히 교육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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