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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 보수’ 지침 따라야 하는 日 교과서 검정… ‘거꾸로 가는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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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 보수’ 지침 따라야 하는 日 교과서 검정… ‘거꾸로 가는 역사’

입력
2020.03.30 04: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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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24일 일본 문부과학성이 중학교 교과서 검정결과를 발표하면서 또 다시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이어지고 있으며 구체적 내용은 무엇인지, 동북아역사재단 전문가들이 상, 중, 하 세 차례에 걸쳐 짚어봅니다. 

 일본교과서왜곡 집중분석<상>국가주의적 교과서 

지난 24일 일본 문부과학성 검정을 통과한 중학교 교과서에 독도가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로 표기돼 있다. 도쿄=연합뉴스
지난 24일 일본 문부과학성 검정을 통과한 중학교 교과서에 독도가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로 표기돼 있다. 도쿄=연합뉴스

일본 문부과학성이 지난 24일에 중학교 교과서 검정결과를 발표했다. 매년 이맘때 공표되는 일본 교과서 검정 결과는 한국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과 국가들도 관심을 갖고 있다. 전쟁과 식민주의 등 과거사를 미래세대에게 어떻게 전달하고 계승할 것인가를 중요한 과제로 안고 있는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교과서가 역사인식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 검정 의견 ‘4,775건’ 

이번 검정에 합격한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의 한국 관련 기술 내용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먼저 분량과 함께 수정 지시를 의미하는 검정의견이 이전보다 상당히 증가했다. 교과서 분량은 현재 사용 중인 교과서와 비교하면 평균 7.6%정도 증가하였는데 이는 2004년 검정교과서의 1.5배에 해당한다. 기술 분량의 증가는 심사 과정에서 내용 수정 지시를 의미하는 검정의견 수의 증가로 나타난다. 이번에 학습지도요령과 검정기준을 따르지 않았다고 제시된 검정의견은 총 4,775건으로 이전 보다 121건이 증가하였다.

다음으로 사회과 역사, 지리, 공민 총 17개 전 교과서에 독도를 ‘일본의 고유 영토’라거나 ‘한국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거나 ‘자국 영토로 편입했다’는 왜곡된 내용을 기술하고 있다. 영토 기술 외에도 일본군 ‘위안부’와 관동대지진 등의 역사 서술에서 사실을 축소하거나 호도하는 내용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중학교 역사교과서 시장에 변화가 있었다.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하 ‘새역모’)이라는 우익성향의 단체가 발간한 지유샤(自由社) 교과서가 불합격됐고, 시미즈(淸水)서원이 검정 신청을 하지 않은 대신 고등학교 세계사와 일본사 교과서의 60~70% 점유율을 자랑하는 야마카와(山川)출판사가 새롭게 등장하였다. 야마카와의 교과서에 ‘종군위안부’라는 용어가 재등장하였는데, 향후 점유율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교과서 시장의 추이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두 배나 불어난 학습지도요령, 교과서 옥죈다 

일본의 교과서 기술 내용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이유의 하나는 ‘학습지도요령’과 해설 등의 규정과 검정제도를 통해 교육의 중립성과 자율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검정은 2017년에 개정된 새 학습지도요령과 해설에 의거해 집필되고 심사를 거쳐서 진행됐다. 학습지도요령과 해설은 교과서 집필과 검정의 가이드라인이며, 문부과학성이 약 10년 만에 개정하여 고시한다.

이전보다 2배 이상의 분량으로 증가한 신학습지도요령은 아베정권의 교육‘재생’정책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또 개헌을 추진하는 보수세력의 역사수정주의적인 역사인식을 반영시켰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자학사관 근절을 외치며 역사수정주의자들의 활동 공간을 넓혀왔다.도쿄=AF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총리는 자학사관 근절을 외치며 역사수정주의자들의 활동 공간을 넓혀왔다.도쿄=AFP 연합뉴스

일본의 보수세력과 역사수정주의 세력은 기존의 역사 교과서의 기술 내용이 자학적이고 반일적이라고 공격하면서 학습지도요령과 해설에 자신들의 편협한 역사관과 주장을 반영시키고자 활동하였다. 이들은 1997년에 결성된 새역모를 내세워서 교과서를 직접 제작하게 했고, 새역모는 2001년에 후소샤(扶桑社) 교과서를 제작한 이래로 보수세력의 역사관과 주장들을 발신하면서 확산시키고 있다.

 ◇’애국’ 아베의 교육기본법 개정 

보수세력의 국가주의적인 역사관을 반영한 교과서 기술이 증가하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된 것이 ‘교육기본법’의 개정이다. 패전 직후 연합군 점령 하인 1947년에 제정된 교육기본법은 침략전쟁을 위해 교육이 수단화되었던 과거를 반성하여 기본권을 존중하고 평화와 민주 교육을 지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2006년 아베 신조 내각이 교육기본법 개정을 추진하자 이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던 사람이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 아버지 아베 신타로, 그리고 아베 총리 3대를 ‘악의 DNA’라 비판하는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2006년 아베 신조 내각이 교육기본법 개정을 추진하자 이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던 사람이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 아버지 아베 신타로, 그리고 아베 총리 3대를 ‘악의 DNA’라 비판하는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교육 ‘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개정된 교육기본법에는 일본의 전통과 문화, 공공의 정신, 향토사랑 곧 애국심 등 세계화 시대와 모순되는 국가주의적인 덕목들이 강조되었다. 이후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학습지도요령에도 교육기본법에 제시된 덕목들이 그대로 반영되었고, 그 결과로 교과서 집필과 검정 과정에서도 영향을 미치기에 이르렀다.

2012년에 아베노믹스와 함께 교육개혁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 재집권에 성공한 아베정권에는 역사수정주의론자들이 포진되어 교육정책에 관여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교과서와 관련하여 2014년 1월에 문부과학성은 이례적으로 교과용도서검정기준과 학습지도요령 해설을 일부 개정하였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내놓은 초중학교 사회과 학습지도요령 해설 표지.
일본 문부과학성이 내놓은 초중학교 사회과 학습지도요령 해설 표지.

그 내용은 정부 견해를 교과서에 기술하게 하고, 독도를 ‘일본의 고유영토’라고 명기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일련의 교육 관련 규정의 개정 내용을 교과서 검정 과정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정리된 결과물이 2017~18년에 새롭게 개정한 초중고 학습지도요령과 해설이다.

교육기본법을 필두로 학습지도요령과 해설, 그리고 교과용도서검정기준이 새롭게 개정됨으로써 교과서를 제작하는 집필자와 출판사는 검정 합격을 위해서 이들 기준을 충족시키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즉 일본의 전통과 문화, 공공의 정신, 애국심 등과 관련되는 내용을 적시해야 하고, 학계의 연구 성과 보다 정부 견해를 중시하는 기술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전후 75년, 역사갈등 부추기는 일본 정부 

해방과 ‘전후’ 75년을 맞이한 현재의 한일 양국에서는 다양한 역사인식과 기억들이 분출하고 있다. 더구나 미디어의 발달과 인티넷의 보급은 다양한 목소리의 통로를 증가시켜서 역사 교육과 교과서의 역할을 재음미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에 발표된 일본의 중학교 검정교과서 기술 내용을 보면 일부 보수세력의 자국중심적인 역사관이 그 영향력을 확산시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교과서 검정과정에서는 학계의 연구 성과를 경시하고 검정의견을 통해 정부의 견해를 기술하도록 하고 있음도 엿볼 수 있었다. 이러한 교과서 검정과 기술 내용은 한일 양국 간의 화합과 교류에 장애가 된다는 것을 직시하여야 한다.

서종진(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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