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공관위 부위원장 “공천 70~80%는 공관위 뜻대로 해”
“선거보다 당내 위치에 관심 큰 사람 많아” 쓴소리도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선거 과정에서 당 지도부에 휘둘리면 안 된다. 주도적으로 선거를 끌고 가지 않으면 당과 본인 모두 죽는다.”
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 직무대행으로 막바지 공천 작업을 이끌었던 이석연 공관위 부위원장은 27일 본보와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이 말했다. 65일간의 공관위 활동에 대한 소회보다 29일부터 사실상 당의 ‘원톱’으로 선거를 이끄는 김 위원장을 향한 당부가 더 크게 들렸다.
이 부위원장은 “선거 결과보다 선거가 끝난 후 당내에서 자신의 위치 및 역학 관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많다”면서 “선대위가 거기에 휘둘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과거와 달리 외압과 사천 논란 등에서 자유롭게 순항하던 공관위가 막판 당 지도부에 흔들려 원칙을 고수하지 못한 사실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공천과 관련해 당 지도부에 대한 서운함도 일부 묻어났지만, 이 부위원장은 주로 통합당의 총선 승리를 위한 통합과 화합을 강조했다. 두 달 전 공관위가 처음 출범할 때만 해도 이 부위원장은 황 대표를 향해 “공천 업무에 손을 떼라”고 하는 등 쓴소리를 도맡아 했다.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데 대해 이 부위원장은 “지금 당 최고위원회의의 월권 내지 권한남용에 대해 비판해봐야 아무 의미가 없다”면서 “당이 선거전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천에 대한 총평을 묻는 질문에 이 부위원장은 “황 대표의 평가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고 답했다. 황 대표는 지난 26일 공천 결과와 관련해 “계파ㆍ외압ㆍ당대표 사천이 없는 ‘3무(無) 공천’을 했다”고 자평했는데 이에 대해 기본적으로는 동의한 것이다. 실제 이 부위원장은 “황 대표가 저를 통해 특정 지역 공천을 요구한 적이 없었다”며 “꼭 얘기할 게 있으면 공관위원인 박완수 사무총장을 통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만 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체 공천의 70~80%는 공관위 뜻대로 했다”며 “최고위가 예외적 권한을 확장 해석해 일부 공천을 무효화한 것은 그만큼 우리가 당과 당대표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공천 과정에서 일부 아쉬웠던 부분도 내비쳤다. 이 부위원장은 “정치 세계에서의 승리는 늘 상대방보다 더 끈질기고 비정한 사람에게 돌아가더라”며 “진정한 윤리적ㆍ도덕적 가치를 가지고 경쟁할 수 있는 그런 정치로 가는 길은 없는 것인가를 뼈 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전북 정읍 출신인 이 부위원장은 호남 공천이 미완성에 그친 데 대해서도 아쉬워했다. 통합당은 후보 부족 등으로 호남 28개 지역구 중 12곳만 공천을 했다. 그는 “호남 지역구 전체에 후보를 냈어야 했다”며 “특히 마지막에 김무성 의원의 광주 공천이 무산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공관위가 공을 들였던 청년 공천과 관련해서도 “정치에서 새로운 제도를 실험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실감했다”고 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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