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인지는 부정확하다. 착시 그림을 보면, 바로 눈앞에 있는 선의 길이나 도형의 넓이 같은 아주 단순한 현상에서조차 우리의 인지는 터무니없는 오류를 일으킨다. 인지 오류는 착시처럼 감각 자체의 부정확성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있지만, 제한적인 경험을 전혀 다른 상황에서도 같을 것이라고 일반화하는 오판 때문에 빚어지기도 한다. 일례로 개활지에서 적과 대치 중인 보병들은 4Km 전방 산자락에서 탱크 한 대가 나타나 자신들을 조준해도, 별로 위협을 느끼지 못할지 모른다.
▦ 개활지라도 4Km 전방의 탱크는 망원경으로 봐야 겨우 보일 정도로 아득한 데다, 일반적 경험은 그토록 멀리 떨어진 대상으로부터의 물리적 위협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잘못된 판단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의 첨단무기들은 인간의 경험적 판단을 손쉽게 초월한다. 러시아산 슈퍼탱크로 불리는 아르마타 T-14의 경우, 표적 탐지거리 5Km 이상, 표적 공격거리 7~8Km에 달해 방심하는 보병의 은폐지를 단숨에 초토화할 수 있다. 이런 식의 경험적 판단의 오류가 요즘 코로나19 확산 과정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 코로나19의 감염력이 지금까지의 어떤 바이러스성 전염병보다 강력하다는 건 분명하다. 지난 2월 말 중국 과학아카데미 플랫폼에 공개된 난카이(南開)대학 연구진의 최근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전파력은 과거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1,000배나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19가 탱크로 치면 아르마타 T-14 같은 슈퍼탱크란 얘기다. 그럼에도 적잖은 사람들은 무의식 중에 코로나19를 그저 일반적 독감 정도로 여기고 그동안의 관행적 예방행동 정도에 머물고 있는 게 현실이다.
▦ 게다가 코로나19는 무증상 확진자 비율이 최소 10%에 달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병을 전염시키는 경우도 빈번하다. 따라서 코로나19의 강력한 전염력이나 무증상 감염 등에 대해 합당한 경각심을 갖지 않을 경우, 의도치 않게 주변에 질병을 전파하는 반사회적 감염원이 되기 십상이다. 사실 ‘신천지 사태’부터 최근 증상에도 불구하고 제주를 방문해 지탄을 받게 된 유학생 모녀 사건에 이르기까지 잇단 ‘코로나 모럴해저드’도 악의보다는 코로나에 대한 인식의 오류와 안이함에서 비롯됐다. ‘악보다 더 나쁜 무지’를 극복하는 경각심이 절실하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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