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표 대구사회복지사협회 신임회장
“정원을 서성이던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김석표 대구사회복지사협회 신임회장(53)은 요양원에 수시로 죽, 간식, 영양제품을 가져와 어머니에게 먹여드리던 부부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맞벌이 부부라 매일같이 찾아올 수는 없었지만, 며느리는 손수 만든 음식을 시어머니에게 먹여드렸다.
어느 날 부부가 너무 늦게 요양원을 찾아왔다. 어머니는 이미 잠든 후였다. 아들은 “조금만 더 일찍 올라올 걸” 하고 못내 안타까워하면서, 발이 떨어지지 않는지 정원을 서성였다. 김 회장은 “벌써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어머니가 계신 방을 올려다보며 안타까워하던 아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면서 “잊을 수 없는 분”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의 원래 꿈은 신학자였다. 27살이던 1994년에 신학교 교수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미국 시카고로 떠났다. 타국에서의 대학원 과정은 힘들었다.
인생의 목표가 바뀐 건 유학 중 원인 모를 질병 때문이었다. 6개월에 걸친 검사 결과 희귀질병이란 진단을 얻었다. 한국에서는 동일한 질병명이 없어 ‘베체트병’으로 불렸다. 류마티스관절염과 비슷한 증세를 나타냈고 치료 기간 내내 류마티스 클리닉에 방문했다.
“치료 과정에서 노인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어요. 저도 그분들과 비슷하게 아픈 만큼 노인들의 증상과 고통에 공감할 수 있었죠. 노인 복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신학박사의 꿈을 접고 노인학 석사로 전향했다. 노인학에 노인사회복지학이 포함되어 있어서 자연스럽게 사회복지로 입문하게 되었다. 2001년 한국에 돌아왔다. 당시엔 노인학이라는 학문이 없어서 사회복지학과 과정을 거쳐야 했다. 사회복지학과 노인복지 정책 전공으로 석사, 박사과정을 밟았다.
현장에서 일이 버거울 때마다 병원에서 만난 노인들을 떠올렸다. 그가 목격한 노인들의 삶, 혹은 병의 증상이 가장 강렬하게 발현하는 병원은 말 그대로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세상 밖 같았다. “누구나 노인이 되지만, 아무도 노인을 기억하려 하지 않는 세상에서 그는 어르신들이 기댈 수 있는 작은 언덕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공부 과정을 끝내고 요양원을 운영한 지도 어느덧 15년이 됐다. 목회자가 성도들을 섬기듯 어르신들을 돌봤다. 사명이라고 생각하니 힘든 줄도 몰랐다고 했다.
“두 손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할 때보다 모든 손길을 멈추어야 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바로 돌보던 어르신이 돌아가셨을 때였다. 그동안 떠나보낸 어르신은 500여명이다. 어르신을 떠나보내는 일은 매번 힘든 시간이다.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질까봐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죽음 앞의 무기력감을 느끼는 건 어쩔 수 없었다. 500번의 깊은 무기력감과 싸우며 지금까지 왔다.
리더로서의 고민도 그를 성숙하게 한 중요한 요인이었다. 직원들과 같은 생각과 마음으로 혼연일체 되어 일 해왔지만, 직원들과 갈등을 빚을 때도 있었다.
“한번은 미숙한 대응으로 직원이 사직하게 되었습니다. 그 직원이 쉽사리 다른 곳에 정착하지 못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웠죠. 리더로서 가장 깊은 고민을 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성숙의 과정을 거쳐 이제는 요양원을 넘어 사회복지사협회라는 거대한 조직을 이끌게 되었다. 그는 ‘행동하는 협회’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사회복지사의 권익과 전문직으로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행동을 뜻한다.
그는 “앞선 임기에 부각되지 않았던 사회복지사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동시에 앞선 회장님들의 업적을 더욱 빛내는 38대 회장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가 사회로부터 전문직으로 더욱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봉사하는 자가 아닌 사회 복지 전문가로서 당당히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복지사협회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 사회복지사를 옹호하고 대변하기 위한 법률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사회복지현장에서 힘쓰고 있는 사회복지사들이 협회를 통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3월30일은 사회복지사의 날입니다. 이 일은 빛나는 자리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회복지사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을 밝게 비춰주는 빛의 사람들입니다. 힘 있는 사회복지조직 즉, 파워 소셜워커의 위상을 높이고 사회복지사는 없어서는 안 될 전문직임을 인식시키고 싶습니다!”
진승희 객원기자(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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