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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사건 중국도 터졌다… 회원 860만 넘고 서버는 한국ㆍ미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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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사건 중국도 터졌다… 회원 860만 넘고 서버는 한국ㆍ미국에

입력
2020.03.28 20:19
수정
2020.03.28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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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음란물을 유포하는 '중국판 n번방' 사건이 터졌다. 그중 규모가 가장 큰 야마오 논단 사이트 첫 화면. 가입자수가 860만3,929명, 오늘 게시물 숫자는 4,573명이라고 나타나 있다. 신경보 캡처
아동 음란물을 유포하는 '중국판 n번방' 사건이 터졌다. 그중 규모가 가장 큰 야마오 논단 사이트 첫 화면. 가입자수가 860만3,929명, 오늘 게시물 숫자는 4,573명이라고 나타나 있다. 신경보 캡처

중국에서도 ‘n번방’ 사건이 터졌다. 아동 음란물을 보려는 사이트 가입자가 860만명을 넘어섰고, 3~4분마다 회원이 늘어날 정도로 접속자가 폭주했다. 서버가 한국과 미국에 있다는 전문가의 주장도 나왔다. 중국 매체들은 “n번방 회원 26만명인 한국을 나무랄게 아니라 우리가 더 큰 범죄자”라며 자성을 촉구하고 있다.

28일 신경보, 환구시보, 봉황망 등 중국 매체들은 ‘국내판 n번방’ 사건에 대해 일제히 전했다. 야마오(芽苗ㆍ새싹), 뤄리(蘿莉ㆍ작고 예쁜 여자아이), 요우~러위안(呦~樂園ㆍ낙원), 츠위안(次元ㆍ차원), 뤄리 천국 등 다양한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각 사이트 홈페이지 첫 화면에 올린 미성년자의 사진 아래에는 ‘4살 여아’, ‘눈이 크고 예쁜 뤄리’, ‘중고등학생’ 등과 같은 설명이 달려 있었다. 하나같이 ‘롤리타 신드롬(미성숙 소녀에 대한 성적 집착)’을 자극하는 내용으로 도배돼 있다.

사이트를 이용하려면 이름과 비밀번호, 이메일을 등록해 회원에 가입한 뒤 30위안(약 5,000원)~3,000위안(약 50만원)씩 충전하는 절차를 거쳤다. 이 과정에서 회원들은 사이트 운영자와 직접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제3의 중개 플랫폼을 이용해 돈을 보냈다. 또 패키지회원과 종신회원 등 각 회원 등급마다 이용할 수 있는 음란물의 수위와 대우가 달랐다.

돈을 내지 않아도 사이트 주소와 소개 문구를 25명에게 전파해 소문을 내는 경우 영구회원 자격을 얻도록 해 사이트 회원 수를 급속히 불려갔다. 이처럼 다단계 결제 방식으로 사이트 운영자의 신분을 숨기고, 액수에 따라 회원을 차별적으로 관리하면서 동영상을 전파하는 수법이 한국과 비슷해 중국에서는 ‘국내판 n번방’ 사건으로 부르고 있다.

이중 규모가 가장 큰 야마오 논단의 경우 회원이 860만을 훌쩍 넘어섰다. 회원 수 256만명인 츠위안 공관 사이트는 3, 4분마다 가입자가 한 명씩 늘고 있었다고 신경보는 전했다. 음란 사이트를 고발하고 아동 권리보호에 힘써온 네티즌 황(黃) 모씨는 신경보에 “아이들이 위협적인 상황에서 여러 사람으로부터 옷을 벗으라고 강요당하며 동영상이 촬영됐다”며 “일부 초등학생들은 속아서 영상에 찍힌 경우”라고 말했다. 그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왔을 때 아이들이 부모에게조차 말할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들 사이트는 중국 공안의 단속을 피해 외국에 서버를 두고 여러 개의 인터넷 주소를 동시에 내걸면서 옮겨가며 지속적으로 영업을 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황씨는 “야먀오 논단은 2012년에 이미 고발을 당했지만 이후 워낙 빠르게 사이트 주소를 바꿨다”고 전했다. 츠위안 공관, 뤄리 천국 등 다른 사이트도 여러 차례 홈페이지를 변경했다.

서버가 한국과 미국에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베이징의 인터넷 회사 프로그래머 왕야오둥(王耀東)은 “야먀오 논단과 츠위안 공관의 IP주소를 보면 서버가 한국 서울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올해 등록한 뤄리와 요우~러위안도 서버를 미국에 두고 있어 사이트 폐쇄 이후 당사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반츠위안(半次元)이라는 아이디로 활동하는 유명 블로거의 고발로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 그는 더 많은 네티즌의 제보와 동참이 필요하다며 호소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언론 보도 이후 수사에 나섰지만 해당 사이트는 모두 폐쇄된 상태다. 한국의 n번방 사건을 호기심으로 지켜보던 중국 여론이 이제는 자국에서 터진 대규모 아동 음란물 범죄에 들끓고 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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