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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천장 들보… ‘선운사 만세루’, 보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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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천장 들보… ‘선운사 만세루’, 보물 된다

입력
2020.03.27 22:17
수정
2020.03.27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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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지정이 예고된 고창 선운사 만세루의 전경. 문화재청 제공
보물 지정이 예고된 고창 선운사 만세루의 전경. 문화재청 제공

춤추는 듯한 형상의 천장 들보가 유명한 조선 후기 대형 사찰 건축물 ‘선운사 만세루(萬歲樓)’가 보물이 된다.

문화재청은 전북 유형문화재인 ‘선운사 만세루’의 이름을 ‘고창 선운사 만세루’로 바꿔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하겠다고 27일 예고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선운사 만세루 자리에는 조선 광해군 12년인 1620년에 지어진 중층 누각 ‘대양루’가 있었다. 그러나 이후 화재로 사라지고 말았다. 만세루는 영조 28년인 1752년에 이 누각 대신 세워진 건축물이다.

만세루는 초대형이다. 정면 길이 23.7m, 측면 길이 7.8m, 면적 185.92㎡ 규모로 사찰 누각으로는 드물게 큰 정면 9칸 건물이다. 사찰 누각은 보통 3칸이고, 5칸이나 7칸도 큰 편에 속한다.

중층 누각이던 대양루와 달리 재건된 만세루는 단층이다. 엎어놓은 책 모양의 맞배지붕이 얹혔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보통 누각에 놓이던 범종이나 북이 없다는 점에서 예불하는 불전의 연장 공간으로 누각을 꾸미려 한 것 같다”며 “불교 사원 누각 건물이 시대 흐름과 기능에 맞춰 적절히 변용된 사례”라고 설명했다.

다른 특징은 대들보다. 대들보는 지붕 하중을 집이 견디도록 기둥과 기둥 사이에 건너지르는 큰 들보다. 가운데 세 칸은 기다란 대들보를 두고, 좌우 각 세 칸에는 중앙에 높은 기둥을 세운 뒤 양쪽에 짧은 대들보를 설치했다. 이렇게 두 가지 방식으로 들보를 거는 건 건물의 구조적 안정을 도모하면서 중앙 공간을 강조한 건축 기법이라는 게 문화재청 평가다.

고창 선운사 만세루 내부. 끝이 갈라진 나무를 사용해 들보가 춤추는 것처럼 보이게 연출했다. 문화재청 제공
고창 선운사 만세루 내부. 끝이 갈라진 나무를 사용해 들보가 춤추는 것처럼 보이게 연출했다. 문화재청 제공

‘춤추는 들보’도 독특하다. 가운데 높은 칸에 두 갈래로 나뉜 나무를 종보(대들보 위에 놓는 마지막 들보)로 사용했는데, 가공하지 않은 자연산 나무를 의도적으로 활용해 들보들이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자재를 구하기 어려운 건축 환경을 극복하고, 독창성이 있는 건물을 지은 사례라는 점에서 역사적, 예술적, 학술적 가치가 있다”고 했다.

문화재청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물 지정 여부를 확정한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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