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심은경. AND 제공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 동시에 주목을 받는 한국 여배우가 있습니다. 바로 일본 영화 ‘신문기자’에 출연, 제43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처음이자 일본 최연소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심은경(25)씨가 그 주인공입니다.

일본 정부가 일방적으로 한국인 입국제한 조치를 내리면서 양국의 갈등이 고조된 이튿날인 6일 보수적 색깔로 알려진 영화제에서 수상한 것이라 더욱 관심을 모았었는데요. 이를 계기로 신문기자는 지난 11일 한국에서 재개봉 하기도 했지요.

이에 더해 심씨는 지난 23일에도 일본 배우 카호와 공동 주연한 영화 ‘블루아워’로 제34회 일본 다카사키영화제 최우수 여우주연상까지 거머쥐었습니다. 앞서 신문기자로 도코 타마 타마 시네마 포럼에서 최우수 신인여우상을, 일본 신문사 마이니치가 주최하는 마이니치 영화 콩쿠르에서는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지요.

일본 영화에 출연해 상을 연거푸 수상했다는 것은 심씨의 연기력이 그만큼 뛰어난 것을 보여주는 걸 겁니다. 하지만 연기력 못지 않게 일본인들로부터 호평을 받는 이유는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심씨가 일본 정부를 비판하는 역할을 일본어로 맡았다는 점, 이에 더해 겸손한 태도까지 더해지면서 일본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상 받은 것보다 수상 소감이 더 화제라는데

지난 6일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자로 호명되던 순간. 무대에 오른 심은경씨는 연신 눈물을 흘리며 능숙한 일본어로 “죄송하다. 전혀 (수상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소감을) 준비 못했다. 정말 고맙다”고 말했는데요. 이후 고개를 몇 번이고 숙이면서 감사함을 드러냈습니다.

심씨의 눈물소감은 수상만큼이나 화제가 됐는데요. 뉴스위크 일본판은 단상에서 울면서 수상소감을 말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고 보도했지요. 이 모습을 지켜본 많은 일본인들은 심씨의 진정성과 겸손함이 느껴진다며 수상을 축하했습니다. 평소 한류에 관심이 많은 카타야마 유코씨는 “사회관계형서비스(SNS)를 보면 많은 일본인들이 상을 받은 것에 놀라고, 우는 모습에 감동을 받은 것 같다”고 말합니다. 그는 이어 “일본인들 사이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어려운 역할을 맡은 것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일본어로 연기한 점도 대단하다”고 전했습니다.

실제 일본의 예능 대부라 불리는 쇼후쿠테이 츠루베가 아카데미 시상식 중 심씨의 소감을 보고 매료돼 “꼭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지난 22일 라디오에 초청하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구독자가 8만명이 넘는 일본인 유튜버 사요(Sayo)는 ‘일본인이 심은경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진짜 이유!’라는 영상에서 심은경씨의 인터뷰 사례를 들며 “심은경의 일본어에서는 겸손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한 트위터리안(@SD****)은 “심은경씨는 나보다 젊은 사람인데 심씨의 발언에는 배울 것이 많다. 과장도 지나친 겸손도 없이 자신이 선택한 일에 성실하게 임하는 자세가 돋보인다”고도 했지요.

◇보수적 색채의 일본 아카데미가 왜 상을 줬을까
지난 6일 열린 제43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심은경이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은경씨가 일본 아카데미상을 한국인 처음으로 수상했다는 것은 단순히 다른 나라 영화제에서 배우나 작품이 수상을 한 것과는 의미가 다릅니다.

먼저 심씨가 출연한 영화 신문기자는 도쿄신문 사회부 소속 모치즈키 이소코 기자의 동명 논픽션에 원작을 둔 영화로, 아베 정권에서 벌어진 정치 스캔들을 모티브로 해 호평을 얻은 영화입니다. 심씨는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여주인공 요시오카 에리카 역을 일본어로 연기했지요. 더욱이 보수적 성격으로 알려진 일본 아카데미가 반 아베 정권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더욱이 한국인 배우에게 상을 줬다는 점에 전문가들은 초점을 맞췄습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CBS노컷뉴스에 “한일간 입국금지 상황에서 심은경의 이번 수상이 양국 관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크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말 평화의 소녀상 전시 중단 이후 아베 정부와 일본 문화예술계 사이 대립각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이번 아카데미상도 그런 맥락일 수 있다는 게 호사카 교수의 분석입니다. 영화 평론가 이안도 같은 매체에 “문화예술 교류는 강제로 끊을 수 없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심은경의 일본 아카데미 수상이 지닌 가치는 남다르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본어 실력이 어땠길래 일본인들이 인정?
심은경이 출연한 일본 영화 '신문기자'의 한 장면. 더쿱 제공

사실 심은경씨의 일본어 연기와 일본어 실력은 일본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화제입니다. 일본 포털사이트 야후에서도 ‘심은경’을 검색하면 ‘심은경 일본어’가 연관 검색어로 나오고 있는데요. 일본 누리꾼들은 “라디오에 출연해 통역 없이 말하는 게 정말 굉장하다. 노력의 산물이다.”(ha****), “일본어를 정말 잘합니다.”(ma****) 등 심씨의 일본어 실력에 대해 칭찬하고 있습니다. 언어뿐 아니라 신문사 사회부 4년차 기자 역을 소화하기 위해 직접 신문사를 찾아가 구부정한 기자들의 태도 등을 살피는 등 기자들의 일상을 관찰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는데요.

그 동안 한일 합작 작품에 단발성으로 출연한 배우는 있었지만 언어문제 등으로 한국과 일본 양국을 오가면서 주연급으로 꾸준히 활동해 온 배우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심씨는 이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심은경씨의 일본어 실력은 그냥 얻어진 건 아닌 것 같습니다. 2017년 일본에 진출하기 위해 일본어를 차근차근 배웠고 연극무대부터 시작해 영화에 출연하면서 차곡차곡 경력을 다졌다고 합니다.

◇한국서 자리잡은 배우가 굳이 왜 일본에선 신인으로?
심은경에게 다카사키영화제 최우수여우주연상을 안긴 일본 영화 ‘블루 아워’. 오드 제공

심은경씨는 2004년 데뷔한 17년 차 배우입니다. 인기를 끌었던 영화 ‘써니’(2011)에 이어 히트작 ‘수상한 그녀’(2014)에 이르기까지 연기력과 흥행을 모두 갖춘 것으로 평가 받았지요. 이외에도 영화 ‘조작된 도시’(2017),‘궁합’(2018)에 이어 최근에는 드라마 ‘머니게임’에서 정의감 넘치는 기획재정부 사무관을 맡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한국에서 이미 자리잡은 대세 배우가 왜 굳이 다른 나라에 건너가 신인부터 다시 시작 했을까요. 진출 당시 심은경씨는 “예전부터 일본에서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일본 영화들도 좋아한다”며 “언젠간 일본에서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여기까지 오게 됐다. 제 연기를 보고 위안을 얻고 재미있는 영화에 많이 나오는 사람으로만 기억해달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영화에 대한 심은경씨의 순수한 열정과 진정성이 통한 걸까요. 한국 영화팬들은 물론 일본 영화팬, 누리꾼들도 심씨의 수상을 축하하고 기뻐하고 있습니다.

심은경씨의 다음 작품은 오는 7월 개봉 예정인 일본 영화 ‘동백 정원’이라고 합니다. 동백꽃이 피는 한 집에 사는 할머니와 손녀의 1년을 그리는 작품인데 심씨는 손녀 역할로 배우 후지 스미코와 호흡을 맞췄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한일 양국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예고하고 있는 심은경씨. 심씨의 꾸준한 활동은 분명 두 나라의 문화 교류, 나아가 경직된 양국 관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겁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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