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형편이 어려워진 소상공인에게 무보증으로 1,000만원 이하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빌려주는 제도가 다음달부터 대출 신청인의 생년에 따른 ‘홀짝일 신청제’로 운영된다.
대출 신청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새벽부터 줄을 서고도 신청 접수조차 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속출하자, 정부가 서둘러 해소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애초 정부가 대출 수요를 면밀히 파악해 신청 창구를 대폭 확대했다면 생기지 않았을 문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의 ‘소상공인 금융지원 신속집행 방안’을 발표했다. 김 차관은 “새벽부터 줄을 서면서도, 제대로 된 상담이나 대출 신청도 못하고 발걸음을 돌리는 소상공인들에게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다음 달부터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 경영안정자금 신청과 관련해 생년을 기준으로 홀짝제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홀짝제는 홀수날에는 출생연도가 홀수인 사람이, 짝수날에는 출생연도가 짝수인 사람이 대출 신청을 할 수 있는 방식이다.
현재 전국 62개 소진공 지역센터에서는 신용등급 4등급 이하인 소상공인에게 1,000만원을 보증서 없이 대출해주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신청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일부 센터에서는 대기 번호표를 더 이상 뽑지 못하게 하는 진풍경까지 벌어지고 있다.
정부의 보완책에도 불구하고, 대출심사 인력 증원과 신청 창구 확대 등이 없이는 당장의 대출 병목현상이 크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홀짝제 시행으로 하루 대출신청 건수는 절반으로 줄겠지만, 대출 희망자가 당분간 급증할 가능성이 높아 소진공 창구로만은 이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소상공인 긴급대출 창구를 다음달부터 시중은행, 기업은행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지만, 대출 신청이 가장 집중되는 ‘신용 4등급 이하 1,000만원 무보증 대출’은 소진공으로 계속 창구를 한정해 놓고 있다.
김 차관은 이날도 “모든 시스템이 한꺼번에 완비되는 것이 아니어서 향후 1∼2주 동안 현장은 지금 같은 혼잡이 조금 더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 상담과 신청 예약 제도를 운영해 나가고, 소상공인 정책금융을 취급하는 담당자가 고의ㆍ중과실이 없다면 면책 규정도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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