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업체 신청 때 이름, 연락처 적게 돼 있어
박사가 공지한 전자지갑 주소 3개 중 2개는 가짜
경찰이 ‘텔레그램 박사방’에 들어가려고 대행업체를 통해 박사 조주빈(25)씨에게 가상화폐를 보낸 유료회원들을 역추적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27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가상화폐 대행업체 베스트코인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가상화폐 거래내역 2,000여건을 제공받아 조씨 범행과 관련된 거래내역을 선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지난 13일 국내 3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 업비트, 코인원 3곳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벌여 자료를 확보했다.
현재 경찰은 박사가 유료회원에게 입장료를 받을 때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상화폐 전자지갑 주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행업체에서 확보한 거래내역 2,000여건을 통해 박사방 유료회원을 색출하기 위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행업체는 말 그대로 가상화폐를 대신 사고 팔아주는 곳이다.
다만 대행업체라고 해서 본인 신원확인을 거치지 않고 가상화폐를 거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가상화폐 거래소만큼 까다로운 인증을 거쳐야 하는 건 아니지만 대리 구매신청을 할 때 본인 계좌와 함께 이름과 연락처 등을 적어야 한다. 연락처를 허위로 남기면 아예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구조다. 가상화폐 거래가 익숙하지 않은 유료방 회원들이 구매대행업체를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업체 관계자는 “대행업체를 통해 조씨 전자지갑에 가상화폐를 보낸 이만 찾으면 쉽게 유료회원 신상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주빈이 유료회원을 받을 때 공지한 3개의 가상화폐 전자지갑 주소 중 2개는 가짜인 것으로 파악됐다. 2개는 인터넷에 떠도는 주소를 그대로 게시한 것이었다. 경찰은 "돈을 주고 받거나 갈취·편취하는 방법을 볼 때 본인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건 다 피해왔다"며 "반드시 일대일 대화를 하고 진짜 계좌를 알려줬다. 이는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씨의 가상화폐 거래 규모가 30억원에 달한다는 의혹에 대해선 경찰은 “조주빈의 가짜 지갑 주소 중 1개의 입출금 거래내역이 32억원에 달하는 것”이라며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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