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후보 등록이 시작된 26일 오전 서울 동작구 선관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투명칸막이가 설치된 가운데 후보 대리인들이 후보등록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국회의원 후보 등록이 27일 마감되면서 4ㆍ15 총선의 막이 올랐다. 선거일까지 불과 18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새로운 의회 권력을 선출하는 기대와 희망보다는 이번 총선이 민심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는 우려와 걱정이 더 크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을 등판시킴으로써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돕는 준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제를 짓밟았다. 물론 반칙을 먼저 시작한 통합당의 책임이 크다. 하지만 비례 의석 싸움에서 밀릴 처지가 되자 비례연합정당이라고 포장해 위성정당을 창당한 민주당 책임도 오십보백보 차이다. 여기에 여권의 친위대를 자처한 위성정당인 열린민주당까지 출현해 유권자의 혼란은 극심하다.

거대 양당은 후보자 등록 마감일까지도 의원 꿔주기를 통해 정당 투표 용지에서 순번을 앞당기는 꼼수를 부렸다. 소수 정당은 들러리 서는 것에 그치거나 이전보다 생존을 더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다. 원래 선거제 개혁은 거대 양당의 독과점을 줄이려는 것인데 거꾸로 더 극단적인 양극 정치를 불러왔다.

원칙이라는 둑이 한 번 무너지자 정당의 공천 구태는 이전보다 더 노골적이었고 기회주의적 처신이 횡행했다. 통합당에선 막판 사천 논란으로 전략 공천이 뒤집히고, 공천관리위원회가 두 번이나 탈락시킨 의원을 당 지도부가 연거푸 구제하는 등 공천 개혁 시도가 용두사미로 끝났다. 비례 의석에 연명해야 하는 군소 정당에서는 올드보이들이 상위 순번을 받아 정치 신인과 전문가 배출 통로로 기능해온 비례제도를 기득권 유지 수단으로 변질시켰다.

더 큰 문제는 후보자 등록이 끝나 대진표가 마련됐는데도 코로나19 사태에 가려 인물, 정책, 이슈가 도통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거대 정당이 비례에서 한 석이라도 더 얻으려 진흙탕 싸움을 벌이느라 정책 홍보는 뒷전이고 진영 논리에만 호소한 탓이 크다. 결국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잘라낸 것처럼 유권자가 나서 혼탁한 판세를 단박에 심판하는 수밖에 없다. 누더기가 된 선거제 개혁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누가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앞으로 4년간 대한민국을 더 잘 이끌어갈 수 있을지 두 눈 부릅뜨고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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