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앞으로 친서를 보낸 사실이 22일 공개됐다.
양측 정상의 친서 외교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주목을 받았지만, 친서를 전격 공개한 주체가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라는 점 또한 눈길을 끌었다. 김 제1부부장이 김 위원장의 ‘메신저’ 역할을 맡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달 2일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에 청와대가 “강한 우려”를 밝히자, 김 제1부부장은 하루 만에 담화문을 내놨다. “남의 집에서 훈련을 하든 휴식을 하든 자기들이 무슨 상관이 있다고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않고 내뱉는가” 같은 감정적 어투였다.
북한이 이달 21일 ‘북한판 에이태킴스(ATACMSㆍ미국산 전술 지대지미사일)’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다음날 김 제1부부장은 다시 담화문을 발표했다. 그는 “김 위원장에게 보내온 트럼프 미합중국 대통령의 친서를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미국 대통령이 또다시 친서를 보내며 김 위원장과 훌륭했던 관계를 계속 유지해보려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좋은 판단이고 옳은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을 향한 메시지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27일 “김 제1부부장이 잇달아 담화문을 발표한 건 노동당 조직지도부 역할을 넘어 외교안보 분야에서 모종의 역할을 맡았다는 뜻”이라고 했다. ‘백두혈통 일가’의 구성원으로서 존재감을 과시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김 제1부부장은 김 위원장이 밝히기 어려운 메시지를 대신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김 제1부부장의 ‘입’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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