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코로나 후엔 다른 길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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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코로나 후엔 다른 길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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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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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대구북부센터 직원이 25일 센터를 찾은 영세상인들에게 대출 신청 전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재난의 때가 오면 개인이든 사회든 근본적인 문제를 되돌아보게 된다. 인생이란 무엇이고, 죽음이란 무엇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사회가 추구해야 할 방향과 가치는 무엇인가? 그래서 위기는 근본적인 전환과 혁신의 중요한 계기라고 한다. 코로나19의 재난을 넘어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가게 될까?

유엔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 등에서는 매년 행복지수를 조사하여 세계행복보고서를 발표한다. 2020년 보고서에서는 특별히 북유럽 국가들이 늘 행복지수의 맨 앞자리를 차지하는 이유에 대해서 분석하고 있다. 보고서는 신뢰할 수 있고 잘 작동하는 정부를 세우는 것과 시민들 사이에 공동체 의식과 유대감을 조성하는 것을 행복한 사회로의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 평가했다. 행복지수와 관련된 지표들 중에서 경제지표인 1인당 GDP를 보면 우리나라는 북유럽의 나라들에 비해서 그리 많이 뒤지지 않는다. 그런데 공동체가 주는 신뢰와 사회적 연대감에서 우리는 퇴보하고 있다. 올해 우리의 행복지수 순위는 61위로 작년보다 7계단이나 떨어졌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비상사태로 고통을 겪고 있다. 바이러스에 직접 감염된 사람들만 문제가 아니다. 수입이 줄어들고, 일자리를 잃어버린 수많은 사람들에게 견디기 힘든 재난의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극심한 고난을 견디고 넘을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 코로나19로 확진을 받았다가 회복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고립감과 우울함이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인 어려움보다 왕따가 된 느낌이 더 힘들었다고 한다. 공동체가 보여주는 협력과 연대의 작은 손길들, 이웃들의 따뜻한 눈길이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행복보고서가 분석한 행복사회의 조건이다.

돌아보면 우리는 여러 번의 국가적 위기를 다른 나라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사회적 연대와 협력으로 넘어왔다. 1997년 IMF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IT 강국으로 성장했다. 전 국민이 동참한 금 모으기 운동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회적 연대의 사례로 주목받았다. 2008년의 금융위기도 세계적인 비상사태였지만 역시 견디어 왔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비상의 시기마다 온 국민이 연대하여 재난을 넘어왔지만, 공동체의 신뢰와 사회적 연대는 재난을 거치면서 더 약해져 왔다. 재난을 넘길 때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는 것처럼 공동체의 유대와 사회적 신뢰가 높아지지 못했다. 사회는 더 양극화되고, 분열과 갈등이 심화되었다.

여러 지표들을 보면,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 사회 양극화가 본격화되었다. 비정규직이 급증하고 실업문제가 심화되었다. 출생률이 떨어지고 자살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다. 2008년의 금융위기를 거치면서는 양극화에 더하여 기후환경의 위기도 심화되었다. 녹색성장의 기치와는 반대로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대대적인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온실가스 배출량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기후악당 국가로 비난받기에 이르렀다.

재난의 때마다 비상재원을 확보하고 사회적 자원을 총동원하여 대대적인 투자가 이루어졌지만, 그 방향은 사회안전망의 확보와 지속 가능한 발전과는 거리가 멀었다. ‘성장’과 ‘기업 회생’을 위해서는 불평등이 심화되고 환경이 망가지는 것을 눈감아 주는 방식의 투자를 해왔다. 그 결과가 한국을 잘살지만 불행한 나라, 기후악당 국가로 불리게 한 것이다.

우리는 초창기의 혼란을 넘어서 코로나19의 위기에 잘 대응하고 있는 모범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재난 이후의 미래상은 낙관적이지 않다. 양극화가 심화되고 승자독식의 분열 사회가 강화되었던 과거가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재난을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역량을 어떻게 신뢰와 연대의 행복한 공동체로 전환하는 데 집중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최동진 국토환경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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