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는 다르지만 “코로나19 통제 필요” 일치
누리엘 루비니(왼쪽 사진) 뉴욕대 교수,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한국일보ㆍ연합뉴스 자료사진

날로 위세를 더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경제 충격에 대한 세계 석학들의 전망도 극단을 오가고 있다. 경기침체를 넘어 1930년대 대공황급 충격이 다가오고 있다는 비관론이 나오는가 하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근거로 급격한 회복이 가능하다는 낙관론도 제기된다.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장은 25일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이 “(1930년대의) 경제 대공황과는 다른 성격”이라며 “급격한 침체 후 빠른 회복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12년 동안 지속된 대공황은 인간이 초래한 통화ㆍ금융 충격이 원인이었지만 이것(코로나19 충격)은 속성이 다르다”며 “현재 상황이 대공황 시점과 비슷한 혼란과 변동성을 초래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은 자연재해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롬 파월 현 연준의장을 비롯한 연준이 매우 적극적으로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반면, ‘닥터 둠’으로 잘 알려진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대공황 이상의 충격’을 경고하고 있다. 루비니 교수는 최근 칼럼과 방송 출연 등을 통해 급속한 침체 후 회복을 의미하는 ‘V자형’도, 장기 침체를 뜻하는 ‘L자형’도 아닌 금융과 실물시장이 함께 수직 하락하는 ‘I자형’ 시나리오를 걱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루비니 교수는 △전염병 지속 △부족한 재정정책 △지정학적 갈등을 세계 경제가 초장기 불황으로 향할 수 있는 ‘3대 위험 요소’로 꼽았다. 그는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의 확산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데 실패하고 있어 경제활동을 계속 위축시킬 확률이 높고, 정치권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충격을 상쇄하기에 충분한 수준의 재정 부양책을 내놓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미국이 이란ㆍ중국 등과 지정학적 충돌을 계속하면서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도 유력하다”며 연내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발발한다는 극단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낙관론을 내놓은 버냉키 전 의장조차 경기 회복의 전제로 코로나19 확산이 멈춰야 한다는 의견만은 루비니 교수와 일치했다. 그는 “공중보건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으면 통화정책이든 재정정책이든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공중보건 상황을 통제하지 않은 상태로 사람들을 성급하게 일자리로 되돌렸다가 다시 병이 확산되고 병원의 대응능력이 고갈되면 지속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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