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치료제 개발 셀트리온, 시총 8위서 6위로
진단키트 제조 씨젠, 코스닥 시총 19위서 3위로.
“비대면산업으로 증시 주도주 재편 가능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 주식시장의 지형도를 뒤흔들고 있다. 자동차나 정유 등 코스피ㆍ코스닥의 간판 기업들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휘청거리는 사이 바이오ㆍ제약주들이 반사이익 기대감으로 덩치를 불리고 있다. 이번 위기가 끝나면 정보통신기술(ICT) 중심 ‘비대면 산업’이 증시의 새로운 주도주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바이오기업 셀트리온 주가는 지난달 28일 17만원에서 이날 18만1,500원으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1,987.01에서 1,686.24로 고꾸라졌다. 셀트리온이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코로나19 수혜주’란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규모 순매도를 기록하며 주가 하락을 주도했던 외국인도 셀트리온 만큼은 6거래일 연속 순매수 중이다.
그 결과 셀트리온은 한 달 사이 시가총액이 8위에서 6위로 올라섰다. 코로나19 여파로 미국 공장이 가동을 멈추는 등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LG화학(7위)과 현대차(8위)를 차례로 제친 것이다.
코스닥 시장의 서열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진단키트 제조업체인 씨젠은 지난달 말보다 주가가 세 배 이상 뛰면서 코스닥 시장 3위에 등극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이 기업을 격려 방문한 뒤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 중이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씨젠이 만드는 진단시약의 출하량이 더욱 증가, 비약적인 성장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셀트리온 형제주로 불리는 셀트리온제약도 시총이 한달 사이 8,000억원 이상 늘어 15위에서 4위로 올라섰다. 백신 치료제를 개발 중인 코미팜도 시총이 3,500억원이나 증가해 19위에서 9위로 올랐다.
증권가에선 산업구도 자체가 재편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경기에 큰 영향을 받는 전통적인 제조업보다는 전염병 등 대외 악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비대면 산업이 당분간 각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증시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알리바바와 같은 글로벌 ICT기업의 매출 추정치가 최근 상향 조정되고 있다”며 “국내에선 네이버와 카카오, 엔씨소프트로 대표되는 비대면 기업의 성장역량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테마주에 편승한 ‘묻지마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기 세력이 몰리면서 뒤늦게 가세한 개인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스크 테마주로 분류됐던 오공은 코로나19 사태 초기 방역 마스크 수요가 폭증하면서 지난달 20일엔 주가가 1만2,300원까지 치솟았으나 마스크 공급이 차츰 늘어나면서 현재 주가는 4,820원까지 곤두박질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종목의 경우 단기 급등 뒤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가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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