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민주당 창당 주역인 정봉주ㆍ손혜원 최고위원이 26일 공약정책회의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로 떨어진 것은 ‘조국 사태’ 때다. 지난해 9월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 후 40%선까지 하락했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주도권이 흔들리는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곤두박질쳤다. 대다수 국민이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공정과 정의의 원칙이 훼손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검찰 개혁이 본격화하면 여론의 반등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청와대는 조 전 장관 사퇴 불가피 쪽으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었다. 당시 문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는 광화문 집회의 함성이 대통령 관저까지 들린 것이 조 전 장관 문제를 매듭짓는 계기가 됐다는 얘기도 있다.

□ 진보개혁 진영의 균열이 가속화된 것도 조국 사태가 남긴 후유증이다. 문 대통령을 지지했던 진보 지식인 가운데 일부가 “진보의 민낯이 드러났다”며 비판 세력으로 돌아섰고, 시민사회도 내부 분열로 깊은 내상을 입었다. 실제 서초동에 나간 시민 모두가 ‘조국 수호’에 동의한 것은 아니었고 검찰 개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민주화 이후 권력화된 진보 인사들의 행태가 진보의 고유 가치를 중시하는 그룹과 갈등을 빚어오다 조국 사태로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는 분석도 있다. ‘찐’(진짜를 뜻하는 속어)’ 진보와 ‘짭(가짜)’ 진보라는 말도 이후 널리 퍼졌다.

□ 여권으로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조국 문제가 총선을 앞두고 다시 불거졌다. 조국을 비판했던 금태섭 의원의 공천 탈락으로 논란이 불거지더니 이번엔 그토록 꺼리던 ‘조국 수호’ 주장이 전면에 등장했다. 범여권의 위성정당인 열린민주당 비례후보들이 검찰 개혁과 언론 개혁 완수를 통한 문재인 정부 사수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부적절한 처신으로 공천에서 배제된 인사들이 당을 옮겨 출마하면서 내건 구호이기에 명분을 찾기가 쉽지 않다.

□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총선 후 열린민주당과 연합할 수 있다”고 하다가, “민주당을 참칭하지 말라”고 견제구를 날리는 이해찬 대표의 말에서 난감함이 읽힌다. 자칫 조국 사태를 다시 끄집어낼까 걱정되면서도 선거 후 연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탓이다. 정치공학적 측면은 차지하고라도 이번 총선이 ‘과거 전쟁’ ‘조국 전쟁’으로 치러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 집안 두 식구’의 선명성 경쟁이 선거를 희화화하고 정당정치의 근본을 흔들고 있다.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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