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이틀 째…. “운전자에 모든 책임, 부당해” 
민식이법 개정을 요구하는 국민청원글. 26일 기준 10만명을 돌파했다. 국민청원 홈페이지
민식이법 개정을 요구하는 국민청원글. 26일 기준 10만명을 돌파했다. 국민청원 홈페이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교통사고 가해자 처벌을 강화한 ‘민식이법’이 25일부터 시행됐지만, 운전자 사이에선 가혹하다는 아우성이 그치지 않고 있다. 법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과실로 인한 사고에 같은 수준의 처벌을 적용한다는 것은 형벌 비례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특가법 개정안)은 운전자의 부주의로 스쿨존에서 만 13세 미만 어린이가 사망하거나 상해를 당할 경우 적용된다. 운전자가 규정 속도 시속 30㎞를 초과하거나, 전방 주시 등 안전운전 의무를 소홀히 한 경우 등이다.

어린이가 사망할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상해를 입었을 경우 1년 이상~15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3,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어린이 보호구역의 교통안전을 강화하는 ‘민식이법’이 시행된 첫날인 25일 서울 강북구의 한 초등학교 앞 도로에 제한속도가 써있다. 고영권 기자

법 시행이 임박한 23일부터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민식이법을 개정해달라는 청원글이 다수 등장했다. 23일 한 청원자는 “스쿨존 내 어린이 사망 사고의 경우 형량이 ‘윤창호법’ 음주운전 사망 가해자와 같다”며 “음주운전 사망사고 같은 중대 고의성 범죄와 순수과실 범죄가 같은 수준의 형량을 받는 것은 형벌 비례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또 “운전자가 피할 수 없었음에도 모든 책임을 운전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며 “어린이 교통사고의 원인 중 횡단보도 위반이 성인의 비해 2배 이상 높은데, 운전자에게 무조건 조심하라고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했다. 이 청원은 26일 오후 3시 기준 약 11만명의 동의 수를 얻었다.

다음날 또 다른 청원자는 “민식이법을 준수할 자신이 없다. 법안 개정과 정부 역할을 요구한다”고 나섰다. 이 청원자는 “스쿨존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강력한 규제가 있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을 한다”면서도 “정부와 관할 부처에서도 운전자에게 요구하는 수준에 상응하는 노력을 해주길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26일 다른 청원자는 “법이라는 것은 형평성에 맞게 개정해야 하는데 이게 말이 되나 싶다”며 “운전자 과실이 안 나오는 건 하늘의 별따기인데, 억울한 일이 발생하면 마음 아프지 않겠나”라고 꼬집기도 했다.

민식이법은 지난해 9월 충남 아산 스쿨존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9살 김민식 군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도입됐다. 이와 함께 정부는 총 2,060억원을 투자해 2022년까지 전국 스쿨존에 무인 교통단속장비와 횡단보도 신호기 등을 의무 설치하기로 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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