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기금 여유자금 운용 위탁을 맡은 한국투자증권이 2018년 7월 새로 선정한 투자 대상은 독일 국채금리를 연계한 상품이었다. 이 파생결합펀드(DLF)에 들어간 고용보험기금은 총 584억7,000만원. 금리가 0% 이상이면 원금이 보장되지만 마이너스 0.5% 이하인 경우엔 원금을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는 위험성도 있는 상품이었다. 결국 만기일인 지난해 7월 회수된 고용보험기금은 109억1,000만원. 475억6,000만원(81.5%) 손실로 끝났다.
위기는 예견됐는데도 조치는 미흡했다. 지난해 2월 처음으로 0% 미만으로 내려간 독일 국채금리는 3월 이후에는 마이너스를 유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미 지난해 4월 초 하위 운용사로부터 원금 대비 15~20%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를 고용노동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투자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일 기회를 놓친 것이다.
고용부는 지난해 6월 뒤늦게 312억여원 손실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손실 확대를 막기 위한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개별상품 환매 결정은 주간운용사 역할이라는 이유였다. 같은 달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열긴 했으나 심의 안건으로도 상정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26일 이 같은 내용이 남긴 ‘고용보험기금 파생상품 투자에 관한 관리ㆍ감독 실태 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사회보장보험 성격의 고용보험기금을 위험군에 투자하기 전 적절한 내부 통제망이 없었고, 그 이후로도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고용부 내 DLF 투자 근거 규정부터 불명확했다. 또 투자위험성이 높은 원금 비보장형 DLF에 투자하는데도 사전 심의절차를 거치지 않고 의사결정권한을 위탁운용사인 한국투자증권에 일임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번 감사는 국회 요청으로 진행됐다.
앞서 해외 국채금리 연계 DLF 상품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 1,000여명도 지난해 큰 손실을 봤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일 관련상품을 판매한 우리ㆍ하나은행에 일부 업무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고, 각각 197억1,000만원ㆍ167억8,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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